13일 기상청 및 기상 학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 봄 가뭄을 일으킨 중국 북부 지역의 이상 고온 현상이 앞으로 2∼3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여, 봄 가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또 우리나라가 지난해부터 장기 가뭄 주기에 들어선 것으로 조사돼 봄 가뭄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지구는 60년 주기로 온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최근이 가장 뜨거운 때”라며 “이같은 고온 현상이 2∼3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도 봄 가뭄 등으로 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과장은 이같은 전망을 지난 4월 한국기상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 있다.
‘90년만의 최대 가뭄’으로 불리는 올해 가뭄의 원인은 티벳고원 등 중국 북부 내륙과 몽고 지방의 불볕 더위 때문이다. 이 지역이 유례 없이 뜨거워지면서 강력한 고기압이 형성됐고, 이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넘어와 비를 머금은 다른 공기들을 내쫓고 있는 것이다. 예년에는 비를 품고 있는 해양성저기압이4,5월에 간간이 우리나라로 올라오며 비를 뿌렸지만, 올해는 워낙 고기압의 힘이 강해 올라오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55∼60년 주기로 일어나는 장기 가뭄에 들어선 것도 ‘내년 가뭄’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부경대 변희룡 교수(환경기상학과)는 “우리나라는 6년의 단기 가뭄 주기와 55∼60년의 장기 가뭄 주기가 있다”며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는 장기 가뭄 주기에 들어섰으며, 장기 가뭄 주기의 특성상 내년에도 가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기 가뭄 주기로 보면 올해는 1940년의 가뭄에 이은 60년만의 대가뭄. 1940년 가뭄 때는 38년부터 40년까지 3년 동안 가뭄이 이어졌다. 또 43년부터 45년까지도 3년 동안 가뭄이 계속됐다. 장기 가뭄이 오면 3년 동안 가뭄이 계속되는 현상을 보였으며, 내년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내년에 반드시 봄 가뭄이 온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작은 변수에도 워낙 변화가 심한 것이 날씨이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강인식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중국 북부 지역의 고온 건조 현상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때문에 꼭 가뭄이 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약간만 조건이 달라져도 가뭄이 홍수로 변하는 것이 날씨”라고 설명했다. 기상청도 “내년 날씨를 100% 맞추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북부 지역이 최근들어 계속되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식물이 말라죽고 지열이 높아지는 등 ‘기후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많은 기상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날씨의 완충 역할을 할 식물이 줄어들면서 이상 기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런 이상 기후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기 쉬워진 것이다.
박정규 과장은 “우리나라는 이제 봄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이상 기후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수십 년 이상을 내다본 기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