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들으면 방송사가 못쓰게된 프로그램(폐품)을 모아서 쓸만한 작품으로 변신(재활용)시키는, 알뜰한 살림꾼 같이 들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단히 안일한 제작방식이다.
SBS가 매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80분 동안 내보내는 ‘토요스타클럽’에는 그들의 표현으로 ‘최고의 스타를 낱낱이 알아보는’ ‘별별탐구’라는 코너가 있다. 9일에는 인기 댄스그룹인 핑클, 그보다 한 주 전인 3일에는 인기 탤런트 차인표가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코너에 주인공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과거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짜깁기’해 내보내며, 거기에다 네명의 진행자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깔깔 웃으며 재미를 보탰을 뿐이다.
◆ 탐구대상은 얼굴도 안비쳐
이런 식이다. ‘두남자쇼’ ‘김혜수 플러스 유’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아침’ ‘이홍렬쇼’ 같은 프로에 그동안 출연한 차인표의 화면만 모아, 내용 중 어떤 질문이 던져지면 그 화면을 스톱시킨 후 진행자들끼리 답을 추측해보는 것이다.
질문의 내용도 “차인표가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정답:외모) 같은, 매우 신변잡기적인 것들이다. 그리고는 ‘정답 화면’을 보고 (진행자들끼리) 웃고 즐긴다. 뿐만 아니라 진행자는 “실제로 만나보면 참 재미있는 분이세요” 라는 내부자다운 코멘트도 잊지 않고 곁들인다. 하기야 직장이 같으니 서로 만난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탐구의 대상은 얼굴도 비치지 않는데,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탐구인지 알 수가 없다. 신문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취재도 안하고 종전 기사들만 모아 재구성한 ‘날탕기사’ 이고, 학자 식으로 표현하면, 문헌조사만 하고 본격적인 연구는 생략한 함량미달의 연구이다.
방송사의 ‘알뜰함’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한번의 기획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석이조형’ 제작도 있다.
KBS는 10일 내보낸 ‘일요스페셜-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획 남과 북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 이미 열흘전인 1일 ‘6시 내고향’의 ‘평양은 지금’ 코너에서 방영된 화면을 그대로 사용했다. “앞으로 금요일마다 북한의 최근 모습들을 보여드리겠다”는 야심찬 멘트와 함께 ‘6시 내고향’에 신설된 이 코너에선 평양시 동평양 대극장 분장실에서 이루어진 가수 리선희와의 인터뷰 장면을 내보냈는데, 같은 장면이 열흘 후 ‘일요스페셜’로 달라진 간판 아래 또 나왔다.
‘우려먹기’식 제작이라는 비난을 면키 위해서라도 겹치기 장면은 피하는 최소한의 용의주도함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제작비 절감은 편성의 5대 원칙 중 하나라고 한다. 더구나 요즘같은 불황에는 돈만 잔뜩 들이고 엉성한 프로그램을 양산하기 보다는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 열흘전 화면 다시 우려먹기
그렇다고 하더라도 SBS의 ‘별별탐구’는 소위 ‘포트폴리오’가 잘못됐다. 네명이나 되는 진행자 숫자를 줄이더라도 스타 탐구에 더 돈을 썼어야 했다.
또 북한이 밟기 어려운 땅임을 감안할 때, 자투리 영상이라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KBS의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게 본 방송 훨씬 이전에 나가버려 ‘김을 빼는’ 편성에다가, 같은 장면을 반복 사용한 ’재탕’ 편성이라면 곤란하다.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shpark1@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