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의 3개 예술단(관현악단 무용단 창극단) 단원 107명은 엊그제 성명을 내고 “오로지 몇몇 고위관리들을 위해 한 사람씩 불려가 공연이란 이름으로 잔칫상에서 춤을 추었다”고 폭로했다. 특히 고위관료 장모(丈母)의 퇴원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부인의 계모임이나 사조직 행사를 하는 호텔에 불려 가는 등 마치 관기와 같은 취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도지사가 뒤늦게 공연장에 나타나 공연을 중단시키는가 하면 도지사의 일정에 맞춰 공연을 단축시키기도 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허위로 드러날 경우 사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예술단원들의 성명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양측의 때아닌 ‘관기 논쟁’은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를 되묻게 한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문화예술인의 긍지와 자존심을 짓뭉개는 행위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술단은 시도민의 문화향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고위관리의 사용(私用)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위공무원들의 의식이다. 아직도 예술단원들은 술시중을 들어도 되는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그런 곳에서는 문화나 예술의 싹이 살아날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혹시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격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술단원들도 자신들의 처신에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만일 부당한 요구가 있었다면 단호히 거절해 예술단원의 품위를 유지했어야 옳았다.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이를 폭로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다. 일부에서는 극히 소수의 단원들이긴 해도 개인 수익을 위한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자치단체는 예술단을 지원하되 결코 간섭하거나 통제해서는 안 된다. 예술단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예술의 꽃이 필 수 없다. 이번 파문이 시도 예술단의 활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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