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토목환경공학과 신응배(申應培·62)교수와 부인 김경숙(金京淑·56)씨는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손전등을 들고 나가 수도계량기에 표시된 수도사용량을 꼼꼼히 기록한다. ‘1982년 11월 15일 총 2300ℓ, 1인당 460ℓ(비고:이사 후 베란다 청소).’ ‘2001년 6월 12일 총 1300ℓ, 1인당 260ℓ(비고:빨래).’
82년부터 시작해 19년 동안 작성한 가계부는 지금까지 모두 5권. 신교수 부부는 매월, 매년 평균 물 사용량을 계산하고 물을 많이 쓴 날은 그 이유를 분석해 비고란에 적어둔다.
신교수 가족 5명의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230ℓ로 한국인 1명당 평균 물 사용량 395ℓ의 3분의 2 수준. 작년 12월에는 1인당 평균 206ℓ로 월 최소사용량을 기록했고 작년 7월에는 283ℓ로 월 최고 사용량을 기록했다.
신교수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물 사용량은 급격히 늘어난다. 올해 1월 4일 70명의 제자가 신년인사차 신교수 집을 찾았다. 이들이 돌아가고 난 뒤 측정한 물 사용량은 총 3000ℓ로 가족 1인당 하루 사용량이 평균 사용량의 3배인 600ℓ를 기록했다. 이날 물가계부 비고란에는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1명당 3번 정도 화장실을 사용해 물 사용량이 급증’이라고 적혀 있었다.
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신교수는 이처럼 생활 속에서 물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수도관 밸브를 조금 잠가놓아 나오는 물의 양을 줄여놓고, 2년 전에는 대소변에 따라 물의 양이 달리 나오는 좌변기를 설치해 사용중이다. 신교수는 “소변의 경우 7∼8ℓ, 대변의 경우 15ℓ의 물이 나와 상당량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교수가 수돗물 사용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8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공학실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에 대한 통계가 전혀 없어 신교수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 일곱살난 딸과 함께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신교수는 “물은 물같이 써도 된다는 의식을 버려야 하며 물의 가격이 너무 싼 편이어서 낭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도시 가정에서 물 사용량을 10%만 줄이면 연간 6000억ℓ의 물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