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미'히트상품 올라
요즘 일본의 히트 상품 가운데 하나가 씻지 않고도 밥을 지을 수 있는 쌀, ‘무세미(無洗米)’다. 이 쌀은 특수한 정미기 덕에 세상에 나왔다.
와카야마(和歌山)현의 도요(東洋)정미기제작소 사이카 게이조(雜賀慶二·67)사장은 76년 새로운 정미기 개발을 시작했다. 쌀뜨물에 포함된 인(燐)성분이 생활하수 속의 인 성분의 95%를 차지해 환경 오염 요소가 된다는 데 착안했다.
‘미친 짓’이라는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실패를 거듭해오다 91년 마침내 기계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정미기는 쌀 표면에서 겨를 거의 대부분 제거해준다. 이 정미기를 거친 쌀은 물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쌀뜨물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요인도 사라졌다. 밥 속의 비타민 성분도 물로 씻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거한 겨는 비료로 만들어 팔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본의 취사용 쌀 소비량은 연간 650여만t. 이 중 특수 정미기를 사용해 씻지 않아도 되는 쌀은 25만t(3.8%) 가량이다. 인건비를 아끼려는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
쏟아지는 정미기 주문 때문에 숙련공을 확보하지 못해 고민이다. 불경기로 직원을 줄이는 여타 회사와 딴판이다.
사이카 회장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회사를 키워낸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쌀뜨물이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진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지만 끝없이 연구를 거듭해 스스로 ‘너무 많아 헤아려 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와카야마〓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