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김종섭/'오폐수 재활용'기사 눈길

  • 입력 2001년 6월 15일 18시 21분


우리는 시장경제에서 살면서도 시장원리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더 심하여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한다.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데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것은 가격이 자율조정 기능을 수행하며 소비자가 가격변화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것과도 같다.

한국 국민이 물을 과잉 소비하는 습관도 낮은 가격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가뭄 때문에 동아일보는 ‘물은 생명이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연재했다. 6월 11일자 A30면의 ‘한번 쓴 물 그냥 버릴 수야…’는 물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 주로 국민의 낭비벽 때문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에 비해 6월 14일자 A29면의 ‘물 사용량 할당…더 쓰면 누진제’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었다. 즉, 물 사용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는 습관 외에도 물값이라는 것이다. 6월 13일자 A30면의 ‘오폐수 재활용…연 58억 비용 절감’에서는 기업의 오폐수 재활용이 사회적 의무 때문이 아니라 비용절감이라는 직접적인 편익 때문이라는 것을 수치를 들어 잘 보여주었다. 만약 국내 물값이 사회적 비용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 물값 현실화는 물을 경제적으로 사용하고 오폐수를 재활용하는 습관이 정착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물값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적으로는 가격을 시장이 결정하도록 놔두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어 정부가 가격결정 과정에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개입해야 할 때 정부는 재화의 가격이 그 재화의 사회적 비용과 가치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여야 사회후생이 극대화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개입할 필요가 없는 부문에 개입하여 가격결정에 영향을 주며, 개입 목적도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려는 것이 아니라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관행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이제는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지나치곤 한다. 심지어 정부가 자장면 가격까지 관리, 점검하는 것에 대해서도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결국 문제만 더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여야 한다.

6월 11일자 A9면의 ‘휴대전화 요금 올 하반기 인하’와 6월 13일자 A9면의 ‘연 60% 넘는 이자 받으면 사채업자 최고 3년 징역’은 모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가격에 영향을 주는 내용들이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가 주로 물가안정을 위한 것이라면 휴대전화 소비자는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경제에 좋은 것은 아니다. 설사 대다수의 사람이 찬성한다고 해도 경제에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이자율에 상한선을 두는 것도 보이지 않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잘못된 개입의 대가는 나중에 더 높은 가격 또는 더 많은 세금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당장은 귀에 거슬리더라도 이러한 가능성을 독자에게 알려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

김종섭(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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