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화는 소설가 김주영(金周榮)씨의 사회로 7명의 질문자와 김 대통령이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김 대통령〓참으로 감개무량한 심정이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갈 때는 공동선언 합의가 한 줄도 안돼 참으로 암담했지만 결국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간에 벽을 깨고 햇볕을 쪼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강성모(姜聖模) 린나이코리아 회장(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이제 후손에게 평화정착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최대 과제이다. 정상회담 정례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
▽법륜(法輪) 스님〓6·15선언은 민족에 새 희망을 주는 쾌거였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가 왜 식었느냐.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 야당이 왜 그렇게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파악해서 국내정치는 과감히 양보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어서 통일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
▽김 대통령〓지금 남북관계는 정체상태에 있는데 이는 우리 성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약속대로 서울에 올 것과 장관급회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이산가족면회소, 편지교환 등 이런 것을 약속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북한은 회담도 잘 하지 않고 있다. 약속대로 됐다면 남한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4000억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정천구(鄭千九) 영산대 교수〓군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고 보지만 북한 상선이 북방한계선을 자주 침투하니까 국민이 안보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김 대통령〓화해 협력은 유화책이 아니다. 진정한 화해는 확고한 안보 위에서만 가능하다.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있는 한 한반도에서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화해를 추구할수록 더 굳건히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물샐 틈 없이 한미공조를 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안보가 강하다는 것을 믿어도 된다. 연평해전에서 보듯 국민의 정부는 북한이 무력으로 도발하면 무력으로 응징한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비무장 상선이다. 비무장 상선에 무력을 썼다면 세계여론이 어떻게 되겠느냐. ▽김성수(金成洙) 성공회대 총장〓김정일 위원장이 언제 서울에 오느냐가 관심거리다. 확실히 얘기해달라.
▽김 대통령〓확실히 얘기할 사람은 김 위원장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현재로선 ‘며칠이다’고 말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남북공동선언 때 분명히 방문한다고 약속했다. 내가 작년에 갔으니 (김 위원장은) 금년 내에 와야 한다. 어제 여론조사를 해보니 80%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바라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