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여성에게 가장 큰 축복이자 가장 큰 스트레스다. 임신과 동시에 여성에게는 갑자기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수백가지쯤 생기기 때문이다.
음악도 골라 들어야 하고, 음식도 골라먹어야 하며, 말도 가려가며 해야 한다. 이는 임산부의 짜증과 신경과민으로 이어져 결국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280일간의 임신 기간은 전쟁처럼 변해버리고 만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임신을 하나의 여행과 같다고 설명한다. 그것도 280일간이나 지속되는 행복한 여행이다. 저자는 가상의 한 예비 부모를 설정해 이들이 임신을 계획할 때부터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겪는 일련의 과정들을 소설 형식으로 그려냈다.
이 책에는 피해야 할 음식과 먹어야 할 음식 등 일반적인 태교 지침서에 나와 있는 주의사항과 함께 임신에 대한 기존의 지식을 흔드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돼 있다. 임신 중 성관계를 맺으면 머리가 나쁜 아이를 낳게 된다는 주장에 대한 정면 대응이 대표적인 예다.
임산부가 느끼게 되는 성적 흥분감은 태아의 뇌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지능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 정액은 질 내에서 살균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임산부의 면역 능력을 높여준다는 것도 그 이유다.
흔히 ‘모차르트 이펙트’로 대변되는 클래식 음악 감상 태교법 역시 임산부의 취향에 맞을 때만 효과가 있을 뿐 모든 태아에게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태교는 A를 대입하면 반드시 B라는 결과를 얻게되는 ‘함수’가 아니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임산부가 원하는 방식의 태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형아 예방 방법 및 임신기간 동안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 등 임산부와 남편이 모두 알아야 할 다양한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다.
부인과 함께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세계 태아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기형아 전문가. 김 박사는 “최근의 영재 열풍이 임산부에게 태교에 대한 강박관념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 책을 통해 280일의 기억이 예비 부모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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