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독일 뮌헨대의 고트프리트 카를 킨더만 교수(75·국제정치학·사진)는 16일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북한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이 강경노선으로 바뀌자 남한과의 대화 중단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이 같은 우회전략은 때때로 성공했다고 본다”면서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대화 재개가 바로 그 증거”라고 평가했다.
뮌헨대 국제정치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는 킨더만 교수는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1년 과정을 마치고 1950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일하게 된지 사흘만에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4개월간 한국전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는 “3년여 동안 유엔에 근무하면서 미국 소련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사태가 이러저러하게 바뀌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킨더만 교수는 59년 이후 20차례 이상 한국을 찾았다. 또 79년 이후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등 외교적이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바라는 것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서방 강대국의 경제 원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측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일부 비난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 햇볕정책 외의 대안은 없다고 본다”면서 “남한의 포용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개방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킨더만 교수는 한국독일학회 주최로 11∼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1주년기념 통일 전망’ 세미나에서 ‘독일의 외교정책: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중심으로’에 관해 발표했으며 서울대와 국방대학원에서도 강연을 가졌다.
16일 신라호텔에서 월간 디플로머시 주최로 열린 ‘독일에서 본 남북정상회담’ 주제의 조찬 강연에서 그는 “동독이 구 소련의 위성국가였고 민주화를 위한 동독 주민들의 평화로운 혁명이 있었기에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고 권력층의 통제 체제가 확고하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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