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누가 우리 딸 좀…"

  • 입력 2001년 6월 17일 19시 54분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둔 주부 송모씨(35). 전형적인 외동딸 이미지와는 달리 행동이 거침없고 목소리까지 걸걸한 딸의 지나친 ‘터프함’이 걱정이다.

“여보, 아무래도 예절학교에라도 보내야 되는 거 아냐? 저번에 또 남자 짝을 때려서 그 애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니까. 담임선생님도 애가 너무 분주한 편이라고 하셔.”

“괜찮아. 씩씩하고 적극적인 게 더 좋은 거지.”

“TV에 여가수가 나와서 ‘예쁜 짓’을 하면 ‘닭살’이라고 채널을 돌려버리기도 해. 딴 여자아이들은 옷차림 같은 거 따라한다고 난리라는데.”

“하기야 치마는 절대 안 입고 여자친구들하고는 잘 어울리지도 않더라.”

“성역할을 구분짓는 게 우습긴 하지만 진정은 좀 시켜야겠어.”

송씨 부부는 회의 끝에 딸을 불러 경고했다.

“너 이렇게 개구쟁이 짓 하면 나중에 결혼도 못한다.”

껄껄 웃으며 대답하는 ‘터프걸’.

“괜찮아, 괜찮아. 말 잘 듣는 애 만나서 즐겁게 해주면 돼. 설마 내가 ‘집사람’한테까지 손찌검을 하겠어? 하하하.”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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