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는 세 살 때 헤어진 생모가 사는 테네시주 녹스빌로 98년 10월 이사했다.
어머니는 미군 출신 남편과 다시 이혼해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고 손씨 자신도 사고 배상금을 받기 전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손씨는 교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취직했다. 그러나 손과 목의 화상 흉터를 가리기 위해 늘 흰 장갑과 흰 스카프를 두르고 일했다. 식당 근처에 사는 한 교포는 “손님들이 선녀의 모습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식당 주인도 자주 불만을 표시하는 바람에 한달 만에 식당일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17일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손씨의 어머니 이모씨(56)는 “선녀는 미국에서도 4차례나 화상 성형수술을 받았다”며 “화상 흉터는 선녀의 몸만이 아니라 모델의 꿈도 앗아갔다”고 비통해 했다.
이씨는 “선녀는 사고 이후 불과 물을 극도로 싫어했다”며 “지난해 7월 나와 함께 플로리다 해변으로 여행을 갔는데 물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선녀가 수영을 하다 익사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
30만명이 사는 녹스빌 지역에는 한인 동포가 800여명 있다. 손씨는 처음에는 이들과도 잘 어울렸지만 괌 사고 피해자임이 알려지면서 교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괴로워하며 멀리했다고 한다.
손씨는 이때부터 미국인 친구들만 만나기 시작했다고 녹스빌 한인회장 신철수씨(50)는 전했다. 그러다 99년말 한 헬스클럽에서 숀 마이클(32)을 만났다. 마이클씨는 세살짜리 아들이 있는 이혼남. 손씨의 친구였던 한 교포는 “마이클씨가 키도 크고 잘생겨서 선녀가 푹 빠졌었다”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잘 해결돼 지난해 6월 600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았다. 실수령액은 450만달러(약 58억원). 그 무렵 헤어졌던 마이클씨가 다시 접근했고 두 사람은 그 해 8월 결혼했다. 손씨는 배상금으로 녹스빌 부자들이 모여 사는 브레드웨이트 거리에 있는 50만달러짜리 대저택을 구입했다.
그러나 마이클씨와의 결혼은 더 큰 비극의 시작이었다. 마이클씨에 의해 금지약물에 빠져들었기 때문. 정서불안에 시달리던 손씨는 그가 주는 신경안정제 ‘자넥스’를 먹기 시작했고 점차 그 양이 늘어갔다. 어머니 이씨는 “최근에는 숀이 선녀를 상대로 자넥스를 한 알에 5달러씩 팔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선녀에게 큰일이 날 것 같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며 “그때마다 선녀는 ‘한국에는 내 흉터를 쳐다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돌아가기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현지에 온 손씨의 오빠(30)는 “미국행을 말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유골이라도 한국으로 가져가야겠다”고 말했다.
<녹스빌(미국테네시주)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