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오!그레이스>몹쓸 대마초가 위기의 과부 구했네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25분


‘오, 그레이스’(Saving Grace)는 평범하고 선량한 중년 여성과 대마초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을 다룬 영국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 자막이 나타나면서 ‘휴’ 하며 숨을 크게 내뿜는 소리가 들린다. 장례식을 위해 판 구덩이 안에서 누군가 대마초를 피우는 소리다.

영화의 주인공 그레이스(브렌다 블레신)와 이 금지된 식물과는 어떻게 연결이 될까?

따뜻한 심성과 겸손으로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받고 있는 그레이스는 갑작스럽게 남편이 죽자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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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났지만 그레이스에게는 엄청난 빚이 남겨진다. 게다가 그의 앞에 남편의 정부(情婦)가 나타나는가 하면 남편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기도 한다.

솜씨좋은 화초 재배자이기도 한 그레이스는 빚쟁이에게 집이 넘어갈 위기를 맞자 대마초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대마초는 검은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살인, 폭력, 배반 등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니기 마련. 하지만 이 영화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뒤집어 웃음의 잔치판을 벌였다.

편안한 온실속의 삶을 살다 생존을 위해 나서는 주인공 그레이스와 대마초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축이다. 여기에 대마초를 재배하자며 그레이스를 부추기는 정원사 매튜(크레이그 퍼거슨), 그의 애인 니키(발레리 에드몬드)와의 갈등이 스토리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영화 원제처럼 ‘그레이스 구하기’에 나선 시골 사람들의 따뜻한 심성이 화면 곳곳에 펼쳐진다. 그레이스의 마약 재배는 심지어 경찰까지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공공연한 비밀인 데도 마을 사람들은 눈을 감아준다.

영국 영화 가운데 ‘풀 몬티’ ‘빌리 엘리어트’ 등 유머로 인간의 고통을 따뜻하게 감싸는 작품들의 계보를 이을 만하다.

하지만 마약 판매에 나선 그레이스가 그녀에게 반한 거물 마약상과 결혼하고, 대마초를 둘러싼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해 상까지 받는다는 결말은 지나친 비약이다. 감독은 나이젤 콜. 2000년 미국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 18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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