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들어’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었던 밥과 김치가 본격적인 상품화 단계에 들어갔다. 업계는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밥’과 ‘김치’가 일정수준 이상의 시장규모에 도달했다고 보고 가공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종가집김치’를 생산하는 두산식품BG는 20일 경남 거창군에 연 2만4000t 생산규모의 제2공장을 준공했다.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연간 김치소비량은 약 155만t(지난해 기준). 이중 집에서 담그지 않고 ‘상품김치’로 먹은 양은 약15%인23만t가량이다. 두산의 김인수 마케팅팀장은 “15%는 제품이 ‘혁신’의 단계를 지나 상품으로서 일반화되기 시작한 단계라고 판단하는 기준”이라며 “현재 4000억원 규모인 상품김치시장이 곧 조(兆)원 단위로 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 국내시장 점유율 67%인 종가집 외에도 동원 농협 한성 풀무원 등 400여개 업체가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즉석밥 ‘햇반’을 생산하는 제일제당은 최근 쌀 가공식품 연구 전문기관 ‘쌀 가공센터’를 열었다. 즉석밥 떡 죽 조청 등 쌀가공식품의 상품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한다는 것. ‘밥제품’도 백미 오곡 흑미 버섯밥 등으로 다양화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햇반에 사용된 쌀은 2000t가량으로 국내 쌀 소비량의 0.05%에 불과하지만 맞벌이부부와 독신가구의 증가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96년 첫선을 보인 햇반의 올 예상 매출은 약 200억원. 가정내 밥 소비의 5%만 상품밥으로 대체돼도 시장규모는 2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제일제당측의 설명이다.
다른 식품업체들도 ‘밥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농심은 올해안 60억원을 투자해 밥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다음해 초부터 상품밥을 판매할 예정. 오뚜기도 즉석 상품밥시장에 관심을 갖고 진출을 검토 중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