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미 99년 10월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폭로한 여권의 ‘언론장악문건’에 이 같은 시나리오가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폭로 당사자인 정 의원 역시 “시기만 다를 뿐 모든 게 언론장악문건과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우선 이 문건 내용 중 ‘동아 조선 중앙 등 빅3를 비롯한 언론사의 최대 취약점은 세금 포탈 부분이므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대목을 거론하면서 “실제 진행 상황과 너무나 똑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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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이 문건이 ‘탈세 조사와 함께 오너 일가의 불법 탈법행위에 대한 조사와 주요언론사에 포진한 반개혁적 인물들을 격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은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건엔 ‘충격요법으로 문제가 가장 심각한 언론 사주 또는 고위 간부를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언론사 사주와 고위 간부에 대한 계좌 추적 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상당한 자료가 축적됐을 것”이라며 “국세청 고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그같은 일은 충분히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국세청 조사나 공정위 조사는 검찰 수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혐의에 국한하지 않고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언론과 야당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검찰 수사는 탈세액 추징이나 과징금 부과와 달리 언론사 사주나 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문건 내용 중 ‘언론 개혁에 대한 전체적 프로그램을 총괄 감독 지휘할 수 있는 사령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대목에도 유의하고 있다.
국세청과 공정위가 동시에 전격적으로 칼을 빼 들고 중소기업 규모에 불과한 신문사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인 거액의 추징금 부과와 신문고시 부활, 검찰 고발 검토 등으로 일사불란하게 언론사를 압박하고 있는 이면에는 치밀한 기획자가 있다는 것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무대에는 국세청과 공정위가 나서 있지만 이들은 배우일 뿐이고 감독과 연출은 따로 있다”며 “대(對)언론 강공론을 펴는 청와대 안팎의 실력자 그룹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언론장악 문건'이란▼
99년 10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폭로한 이른바 여권의 ‘언론장악문건’의 원래 제목은 ‘성공적 개혁 추진을 위한 외부환경 정비 방안’.
이 문건은 중앙일보 기자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연수 중이던 문일현(文日鉉)씨가 작성해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 조선 중앙 등 ‘빅 3’ 신문의 공격으로 인해 현 정권의 개혁 추진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문건의 골자.
이 문건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부 사정기관을 동원할 것 등을 제안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한나라당은 “여권의 언론장악음모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여권은 “문씨가 이 전 원장에게 개인적으로 참고하라며 건네준 문건일 뿐”이라고 해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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