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외국계 벌처펀드 '휘청'

  • 입력 2001년 6월 22일 18시 27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실채권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던 외국계 벌처펀드(불량채권전문펀드)가 기업의 무담보여신을 대규모로 인수한 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98년부터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대량 매입했고 이를 국내외 기관에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부실채권을 인수할 만한 자금력을 갖춘 곳이 거의 없었고 그 몫은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론스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98년부터 부실채권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각종 담보 및 무담보채권을 싼값에 인수했다. 외국인은 헐값에 산 건물 토지 공장 등을 곧바로 되팔아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겼다. 당시 최대 수혜자로는 최근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타워를 인수한 론스타가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98년 9월부터 입찰에 참여해 약 7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매각 현황(단위:억원)
일자(채권종류)장부가낙찰가낙찰률(%)낙찰자
1998년9월(특별)2,075 25412.2골드만삭스
1998년12월(일반)5,6462,01235.6론스타
1999년5월(특별)7,7191,24116.1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1999년6월(〃)8,5344,23649.6론스타
1999년11월(〃)7,8441,63720.8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1999년12월(〃)9,3174,08543.8모건스탠리 등
1999년12월(일반, 특별)4,8422,43950.4도이체방크 등
2000년5월(〃)9,7774,90950.3GE캐피털 등
2000년7월(특별)10,9333,21629.4골드만삭스 등
※주:특별채권은 법정관리 화의중인 기업.일반채권은 특별채권 이외의것(자료:자산관리공사)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을 매각할 때 무담보채권을 섞어 팔았으나 인수자들은 회수율이 낮은 무담보채권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개인대출채권은 신용정보회사 등을 통해 일부 회수가 가능했지만 기업여신채권은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상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은 출자전환과 신규자금지원 등 구조조정작업을 통해 회수율을 높여야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나머지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기업여신은 국내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되팔아 이익을 남겼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투자은행이 경쟁적으로 국제입찰에 참여하면서 초기 30%선에 불과하던 낙찰률은 최고 77%까지 올라갔다. 부실채권을 싼값에 인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예상수익률도 많이 떨어졌고 잘못하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들은 이제 장기불황을 겪으며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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