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웃지않는 공주 이사벨라'

  • 입력 2001년 6월 22일 18시 40분


◆ 웃지 않는 공주 이사벨라 /실비아 론칼리아 지음, 크리스티아나 체레티 그림/47쪽 /5000원 /서광사

젖니가 빠지고 새 이가 나올 무렵의 유년 시절, ‘이 뽑기’의 두려움을 한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 앞니가 빠진 어린이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지만 우스꽝스럽기도 해서 애정어린 놀림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이사벨라 공주처럼….

이사벨라 공주는 어린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백설공주나 인어공주 같은 다른 동화 속 공주와는 사뭇 다르다. 꼭대기층에서 일층으로 내려올 때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계단 난간의 손잡이를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라든가, 긴 칼을 들고 “공격! 와와와와!”하며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은 그저 여섯 살 짜리 그대로, 장난꾸러기이자 말괄량이 아이일 뿐이다.

이사벨라 공주의 부모인 왕과 왕비는 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때는 서로 ‘내 딸’임을 자랑스러워 하다가도, 딸이 공주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보이면 서로 ‘당신 딸’이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려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공주는 왕궁의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는 귀여운 소녀이다.

그렇게 명랑 쾌활하던 공주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다. 왕과 왕비는 신하들을 부르고, 온 나라의 마술사와 의사들도 부르지만 그들은 공주의 병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왕궁에서 가장 비천한 신분인 마구간지기의 아들이자 공주의 친구이기도 한 푸리오의 말 한마디로 공주는 다시 건강한 웃음을 되찾게 된다.

장난꾸러기 공주를 통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주’에 대한 틀을 깸과 동시에, 이가 빠져 고민하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네 평범한 부모들과 닮은꼴인 ‘왕과 왕비’의 등장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흔들거리는 이 때문에 걱정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사벨라 공주를 소개시켜 주는 게 어떨까? 혹시라도 동무를 위로해 주는 이사벨라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얘들아, 이는 누구나 빠지는 거야, 그리고 예쁘게 새로 난단다. 하지만 조심해야 돼. 새로 난 이가 잘못해서 빠지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니까.”

초등학교 1학년 이상.

오혜경(주부·서울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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