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테너 콘서트’는 종종 ‘클래식의 패스트푸드’로 비유된다. 22일 서울 잠실벌의 화려한 축제를 지켜보고 난 지금, 이 비유는 어딘가 찬사의 느낌을 담은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전세계에서 그 맛이 똑같고, 누구나 그 맛을 예상할 수 있으며, 그 맛은 처음 접하는 사람을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을 만족시킨다.
기자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철저한 ‘조리법의 준수’였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3대 테너’가 로마나 파리에서 들려준 그 완숙한 가창과 섬세한 표현을 이 동아시아의 변방에서도 모두 선보이리라고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콤플렉스였을까.
푸치니 ‘투란도트’ 중 ‘잠들지 말라’에서 파바로티는 선명하고 강력한 높은 B음으로 ‘귀의 포만감’을 선사했다. 카레라스가 부르는 칠레아 ‘아를르의 여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은 한숨과 분노가 섬세하게 표현된 한편의 시였다.
물론 이번 콘서트는 1998년 파리 콘서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늙어가는 ‘빅 3’의 한계까지 선명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호흡이 짧아진 파바로티는 모든 노래를 ‘빨리 빨리’로 숨가쁘게 몰아갔다. 관현악은 변화무쌍한 그의 템포를 쫓아가기 위해 고생을 거듭해야 했다. “반주부가 저렇게까지 받쳐준다면 나도 ‘박자치(拍子痴)’소리를 듣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카레라스는 셋이 함께 내뿜는 고음 이외에는 높은 음역의 노래를 한사코 피해갔다.
나름대로 ‘한계’가 적은 도밍고가 가장 매력이 덜한 노래를 선보였던 것은 의외였다. 마이크의 볼륨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게 조정된 것처럼 보였다. 확신할 수 없지만, 세 사람과 매니지먼트사 사이에 일종의 계산 또는 타협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상대적으로 셋이 비슷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진행측의 일부 무성의는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공연 시작은 미리 7시반으로 고지됐다. 8시에 콘서트를 시작한다는 ‘내부 콘티’를 갖고 있으면서도 장내 아나운서는 “객석의 입장이 계속되고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아 쓰리 테너가 공연 시작을 미루고 있다”며 터무니없게도 ‘관중 탓’을 했다.
쓰리 테너는 한국어 앙코르곡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지만 주최사인 MBC는 “‘보리밭’정도 부를지 모른다”는 설(?)을 흘리며 분위기 띄우기에만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