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월23일 주한 미 대사로 지명돼 상원 인준 절차를 밟고 있는 토머스 허바드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자타가 인정하는 아시아 전문가로 한반도 사정에도 밝은 한국통이다. 94년말 북한에 불시착한 미군 헬기 조종사의 송환 협상을 위해 방북했으며 지난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 앞서도 사전 준비차 방북했다. 94년 북한과의 핵 협상 때는 실무 교섭 책임을 맡아 제네바합의서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를 주한 대사로 임명한 것을 통해 미국이 대북 협상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中 경제협력 우선순위▼
경제 협력형. 클라크 랜트 대사 지명자는 홍콩의 한 법률회사의 파트너로 일하면서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자문을 주로 담당해 온 중국 경제 전문가다. 부시 대통령이 경제 문제를 중국 외교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악관이 랜트 대사 지명을 공식 발표하자 경제계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랜트 대사의 중국 인맥을 통해 중국에서 사업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환영한 바 있다. 82년부터 84년까지 중국 주재 미 대사관의 상무관으로 일하면서 중국의 국영기업 민영화 작업을 돕기도 했다.
▼일본/美-日 동맹관계 큰 비중▼
동맹 중시형. 토머스 폴리(전 하원의장) 주일 대사와 임무를 교체하는 하워드 베이커 신임 일본 대사는 4선 의원으로 18년동안 상원의원을 지낸 노련한 정치인. 8년간(1977∼85년)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를 지냈으며 이 가운데 4년 동안은 미국 정가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상원 다수당 원내총무로 활약했다. 1987∼88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거물 정치인을 기용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미-일 동맹 관계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공화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던 베이커는 공직을 떠나 있던 1990년대초 미국에 진출한 MCA사 등 일본계 기업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적도 있는 ‘지일파’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對러 강성정책 암시▼
정통 외교형.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천거한 알렉산더 버시보 대사는 77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대사를 맡아 왔으며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러시아 담당 부서장을 맡아 일했다. 버시보 대사는 한때 NATO가 동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대립하기도 했으며 NATO의 발칸반도 군사 개입 때도 러시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초지일관 주장해 온 버시보 대사의 지명은 미국의 러시아 정책이 강성으로 흐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과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인도에는 하버드대 교수인 로버트 블랙윌을 내정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대통령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중국을 ‘전략적으로 경계해야 할 상대’라고 주장해 온 강경파. 그를 인도 대사로 내정한 것은 인도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