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의 전쟁’〓지방 모대학 2학년 김모씨(21·여)는 미국 영국 등으로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신 ‘서울 어학연수’를 택했다. 학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영어 공부에만 몰두할 예정이다. 김씨는 그동안 어학 연수를 다녀온 친구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실속없는 해외연수보다는 국내 학원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학원가 여름방학 영어 강좌도 회화반보다는 취업과 직결되는 토익 토플반이 뜨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토플학원 강사(34)는 “요즘 학생들은 공인받지 못하는 영어 회화 실력보다 자격증처럼 언제든지 내밀 수 있는 토익 토플 수강에 더 열심이다”고 전했다.
▽자격증 취득 열기〓취업 장벽을 넘기 위해 대학생들은 이번 방학에 정보기술(IT) 분야나 금융 관련 자격증 따기에 혈안이다. 정보검색사 등 이미 3개의 IT관련 자격증을 딴 한양대 3학년 김재현씨(26)는 이번 방학에 네트워크 관리사 2급 자격증에 도전한다. 이미 ‘자격증 인플레’로 웬만한 자격증은 내밀기조차 힘든 실정이기 때문에 전문가 수준의 고난도 자격증 획득에 도전하는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자격협회 임한수 대리는 “수년전만 해도 고난도의 IT자격증 시험 응시자는 대부분 직장인들이었는데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서울 모여대 3학년 김모씨(경영학)는 투자상담사와 자산운용 전문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번 방학 때 증권분석사 자격증을 더 따기 위해 공부할 예정. 김씨는 “요즘 같은 취업난에 졸업반이 되는 것은 하나의 공포”라며 “방학이라고 해야 집과 학원 도서관을 오갈 뿐”이라고 말했다.
▽해외 활동도 실리 위주〓방학 때 배낭여행이나 어학 연수를 떠나는 풍속도도 많이 달라졌다. 견문넓히기 위주의 배낭여행보다는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기준에 사회 활동 경력이 중시되면서 해외로 봉사 활동을 떠나거나 한시적인 ‘여름 직장’을 찾아 나선 대학생들이 많아졌다.
경북대 3학년 박지영씨(21·여)는 28일 호주로 나무심기, 멸종 동식물 모니터 등 호주 정부가 주관하는 6주간의 환경 자연보호 체험 프로그램(ATCV)에 참가하러 떠난다.
서울대 공대 4학년 이모씨(27)는 방학 두 달 동안을 중동지역에서 해외 주재 상사 직원 자녀들을 가르치며 보낼 계획이다.
이씨는 “150시간 과외로 비행기 값을 제외하고 약 310만원을 챙길 수 있다”며 “해외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도 벌고 경험도 쌓으며 여행도 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