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회의는 참여연대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250여개 시민단체들의 상설 연대기구다.
이번 조사는 서울의 여야 현역의원 45명이 맡고 있는 지구당이 각 선관위에 제출한 2000년 회계보고서를 25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71일간 일일이 필사한 결과를 분석해 이뤄졌다. 회계보고서의 열람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복사를 금지한 선관위의 규정 때문이다. 그러나 45개 지구당 중 7개 지구당은 자료가 불충분해 38개 지구당이 최종 분석대상이 됐다.
2000년 서울 여야의원 지구당 항몽별 수입 | |||||||
- | 평균수입액 | 당비 | 보조금 | 기부금 | 차입금 | 기타 | 이월 |
선관위에 보고한 수입(38개 지구당) | 3억3667만여원
(100%) | 22.4% | 15.5% | 17.8% | 4.1% | 36.1% | 4.2% |
3가지 회계보고를 대조한 경우(23개 지구당) | 4억7645만여원(100%) | 3.3% | 10.6% | 57% | 4.4% | 21% | 3.6% |
▽지구당 수입 중 실질당비는 3.3%〓38개 지구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지난해 평균 수입은 3억3667만여원. 이 가운데 당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2.4%로 보고됐다.
그러나 연대회의가 지구당별로 제출된 후원회 회계보고와 국회의원 회계보고, 지구당 회계보고를 대조해 조사한 결과 후원회 기부금이 국회의원을 거쳐 지구당으로 들어가 특별당비로 처리된 것을 제외하면 순수한 의미의 당비가 지구당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지은희 위원장은 “서울의 각 정당 지구당 평균 당원 수는 1만476명이었으나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은 별로 없었다”며 “이는 우리 정당이 ‘뿌리 없는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당 조직을 이용한 사전 선거운동〓연대회의는 또 정치자금 분석 과정에서 법조항을 교묘히 이용해 현역 의원들이 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전 선거운동을 광범위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A지구당의 경우 4·13 총선 직전인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모두 451회의 의정보고회를 열었으나 총선이 끝난 뒤에는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는 것.
민주당 B지구당도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의정보고회 명목으로 13건에 18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신고했으나 선거 이후에는 단 한차례만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지구당 정치자금을 의원 개인 용도로 사용〓한나라당 A지구당은 지구당 정책개발비와 의정활동비에서 ‘위원장 활동비’ 명목으로 모두 2600만원을 가져갔다고 신고했으나 회계보고서에서 그 지출 용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지역 선관위 관리감독 체계 허술〓연대회의는 “조사팀이 민주당 C지구당의 회계보고서 열람 과정에서 영수증 지출액의 과다 계상을 지적했는데 이틀 뒤 다시 방문했을 때 새로운 보고서로 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정 전과 후의 금액차가 약 3000만원에 이르는 데도 보고서 제출 날짜는 그대로였다”며 “이는 선관위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번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화여대 정외과 3학년 권형하(權亨河)씨는 “복사를 하면 5분이면 끝날 것을 하루 4시간 이상 서류를 베껴야 했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열람만 허용하고 복사를 금지시킨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필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25명 중 11명이 조사 과정에서 지역선관위측이 관련 서류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려고 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는 것.
연대회의는 현행 정치자금제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소액 당비 납부와 연동한 국고보조금 지금 △3개월 열람기간 제한과 복사금지 철폐 △정치자금 수입내용 공개 △정치자금 감사 강화 △현역과 원외, 무소속의 차별 철폐 등을 요구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