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부터 전래 동화를 개작한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푸른숲) 시리즈를 내고 있는 시인 김용택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말 ‘호랑이 뱃속에서 고래잡기’, 2월 ‘장승이 너무 추워 덜덜덜’을 발표했고 내달초에는 ‘도깨비가 밤마다 끙끙끙’이 나올 예정이다.
소설가 박완서씨와 이청준씨도 이달초 ‘부숭이는 힘이 세다’(계림북스쿨)와 2월 ‘떠돌이개 깽깽이’(다림)를 각각 출간하면서 동화 창작에 가세했다. 신인 소설가 조민희씨는 이달초 장편동화 ‘나는 지금 네가 보고 싶어’(계수나무)를 발표했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동화집 ‘모랫말 아이들’(문학동네)를 재출간했고, 공지영씨는 생 텍쥐베리의 ‘어린왕자’(세상모든책)를 아이들용으로 개작해 발표했다.
이같은 현상은 아동물 출판시장은 커지고 있는 반면 역량있는 동화작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순수문학 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원석 푸른숲 아동물팀장은 “외국 번역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를 느낀 아동물 출판사들이 국내 작가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면서 “여기에 대중소설을 쓰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작가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책들이 특별한 홍보 없이도 한 두달만에 1만권 이상은 너끈히 팔려 본격 문학서적의 판매량을 앞서고 있다. 아동출판물의 실제로 구매하는 학부모들에게 이들 작가의 유명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동물 출판사들이 주요 작가 섭외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 전부터 창작동화를 써왔던 박완서 이청준 김용택씨 등이 ‘섭외 1순위’로 꼽힌다. 양귀자 오정희 신경숙 공지영 등도 집중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 복거일씨는 스스로 아동물에 적극성을 보인 경우. 복거일씨는 어린이용 동화 ‘은자 왕국의 마지막 마법사’를 올해 중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얼마전 재출간한 소설 ‘어떤 솔거의 죽음’(한빛문고) 머리말에서 최근 생긴 손주를 위해 조만간 동화책을 발표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동화 창작이 성인대상 소설 쓰기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정통 소설가들의 동화쓰기에 대해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5년전 한 출판사에서 내로라하는 작가 20여명을 위촉해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의 소설 시리즈를 만들었다가 실패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아동물 전문인 다림출판사의 편집자 전미현씨는 “어린이들은 동화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거들떠보지 않는 가장 냉정한 독자”라면서 “본격문학 작가들이 문장은 탄탄하지만 동심의 세계에 몰입해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작품을 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