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아랍권의 '별난 부자'

예일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얼마 전 군 입대를 위해 귀국한 김모씨(26). 중고교 동창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의 유학생’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껏 2등이라고 생각하면서 산 적은 별로 없는데 ‘세계의 벽’은 참 높더라.”

“취업 인터뷰할 때 특히 뼈저리게 절감했다.”

“인사담당자들이 ‘빅 마켓(Big Market)’이라고 추켜세우며 중국 인도 출신 유학생은 융숭히 대접해 주는 거야. 일본은 당연한 거고. 영어는 똑같이 ‘별로’였는데….”

“베트남 필리핀 학생들도 영어 잘한다고 소문나서 우리보다 잘 팔린대.”

“어느 날 기숙사 옆방에 아랍권 아이가 한 명 들어왔어. 처음 듣는 나라 이름에다 오랜만에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녀석을 만났다 싶어서 잘 놀았지. 아버지가 양계장을 한다더군.”

“집에서 닭 팔아서 학비 대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 한번 물어봤지. 몇 마리나 키우냐고.”

“그랬더니?”

“5억마리 키운대. 세상엔 참 희한한 부자들도 많아….”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