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분위기〓프랑스에서는 25일 1유로 동전 사진을 담은 우표가 1500만장 발매돼 금세 동이 났다. 유로화 통용 6개월을 앞둔 기념 우표로 ‘3프랑’ ‘0.46유로’라고 병기돼 있다. 각종 고지서와 쇼핑센터의 모든 물건값에도 프랑화와 유로화가 병기되고 있다. 프랑스 TV는 연일 단일 통화 출범을 축하하는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르몽드 리베라시옹 등 일간지들은 유로 특집을 매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공교롭게도 유로 랜드 국민의 고민은 자국화 옆에 병기된 유로화 때문에 시작되고 있다. ‘유로화 기념 우표의 0.46유로라는 숫자는 계산하는 데 불편하다. 그렇다고 값을 내리지는 않을 테니 우표값이 0.5 유로에 거래되지 않을까?’ 프랑스인들은 기념 우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환산할 때의 반올림’ 가능성이 인플레 조짐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 통계청은 4월 중 소비자물가가 연율(年率)로 환산해서 2.9%에 달함으로써 억제목표 2%를 훨씬 넘어섰다고 밝혔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엠니드는 독일인의 75%가 유로화 도입을 계기로 기업들이 물가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막대한 유로화 통용 비용〓전문가들은 유로 랜드에 인플레를 불러올 요인으로 막대한 유로화 교체 비용도 들고 있다. 빔 도이센베르흐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 랜드들이 내년 유로 통용을 위해 들이는 비용이 최고 510억유로(약 5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140억장에 이르는 유로 지폐를 찍는 비용 및 발권 은행으로부터 여러 나라로 돈을 보내는 비용 등이다. 이는 지난해 유로 랜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0.8%에 해당한다.
▽도입 초기 현금부족 가능성〓소매점들은 고객들이 자국 화폐로 지불하더라도 잔돈은 유로화로만 내줄 계획.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통용되기 시작할 내년 초 소매점 등이 극심한 현금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랑스 인세아드 비즈니스 스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소매점에 유로화 공급이 매일 이뤄질 경우 소매점들은 평소보다 10∼25배나 많은 돈을 유로로 준비하면 되지만 현금 수송 능력을 감안해볼 때 불가능하다”며 “만일 1주일 단위로 현금이 공급된다면 평소의 100배 가량의 유로 현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측 영향〓유럽과의 거래에서 한국 기업이 다소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통권(李統權) 외환은행 파리지점장은 “프랑 마르크 리라 등이 하나로 통일되면 환전수수료나 환차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인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달러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권기태기자·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영국-스위스 "유로화 받습니다"▼
유로화의 본격 통용을 앞두고 유로 랜드들 사이에서는 근심이 일고 있지만 유로 랜드가 아닌 스위스와 영국은 유로화 사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립 스위스 은행의 롤랑 토나레 총재는 내년 1월 3일부터 은행과 환전소에서 유로화를 보유토록 하고 일부 현금출납기에서도 유로화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해롯, 막스 앤드 스펜서, 딕슨스, 셀프리지스 등 유명 체인점과 버진그룹의 전 영업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유로화를 받기로 결정했다. 또 대형 주차장 체인인 NCP를 비롯한 영국 전역의 주차장, 자판기 운영업체 등도 유로화를 받기로 했다.
바클레이즈, 애비내셔널 등 은행들도 이미 유로화 표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영국-네덜란드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 등 20여개의 영국내 친(親)유럽 기업들은 노동당 정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로 가입을 독촉하고 있다. 영국민의 여론이 아직도 유로화에 대해 부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인 관광객들을 위한 것. 이에 따라 영국과 스위스에선 유로화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오래 전부터 일상생활에 유로화가 널리 퍼질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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