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예정된 FRB(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추가금리인하도 IT업종의 경기를 되살리는데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연히 IT산업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경제의 바닥권 탈출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감이 급증하고 있다. 당초 3/4분기에서 4/4분기 심지어 내년 1/4분기로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국내증시도 당분간 박스권(550포인트∼620포인트)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증권은 39개 기술주들에 대한 매출액과 순이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휴렛패커드 EMC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유럽지역의 수요둔화와 일본업체의 IT투자감소 그리고 달러강세 등이 하향조정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같은 하향조정을 뒷받침하듯 개별기업의 실적악화발표는 계속됐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쓰리콤이 4/4분기 실적이 월가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주당 61센트의 순손실로 월가전문가들의 예상치(57센트)를 하회했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자일링스도 1/4분기 매출액(잠정치)이 전분기 대비 3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장마감후 통신칩 제조업체인 AMCC도 1/4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5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예상이나 한 듯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은 25일자 산업보고서에서 세계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8월이후 DRAM업체가 바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은 실현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아시아 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경제분석가) 앤디 시에(Andy Xie)는 "전세계 IT산업의 경기회복은 2003년에 가서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미국IT산업은 2000억∼4000억달러의 과잉투자를 해소해야 하고 유럽과 일본은 경기침체로 신규투자를 늘리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26일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전세계 IT업종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한국과 대만 등 IT산업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국가도 경기침체에서 손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환율상승을 통한 수출드라이버 정책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급히 산업구조개편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CSFB증권도 최근 발표한 '아시아 기술산업 보고서'에서 IT관련 신규투자가 올해 4/4분기부터 늘면서 내년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통신부품업체는 2002년에도 하향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J.P 모건증권도 IT산업의 조기회복에 어렵다는 비관론 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25일자 '세계증시 주식투자전략(Global Equity Strategy)' 보고서에서 PC 반도체 통신부품업체의 경기가 올 연말까지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수요감소와 과잉생산능력 그리고 판매가격하락 등으로 4/4분기에도 이들 업종의 경기가 되살아나기 힘들다고 본다.
특히 2002년 이들 업종의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다고 지적한다. 내년에 이들 업종의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올해보다 다소 호전되는 수준이지 경기회복을 주도할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1990년대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IT산업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미국과 국내증시에 대한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실적 악화가 계속되는 한 기관이나 개인들의 주식투자비중 축소는 불가피하고 이것은 세계증시의 상승전환을 가로막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중 주식비중은 61.7%(1999년말)에서 51.6%(2001년 3월말)으로 10%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미국증시의 매수기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은 발견된다. 잇단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으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은행예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이중 요구불예금과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이 45%인 181조원을 차지했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금융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시중자금의 증시유입으로 국내증시의 한단계 도약을 바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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