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탈북자-장길수군 일가족]두 사건 어떻게 다른가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36분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의 망명 요청 사건이 지난해 1월 한국과 중국, 한국과 러시아간에 외교 마찰을 불렀던 탈북자 7명의 강제북송 사건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협상주체이다.

‘탈북자 북송사건’은 한-러 및 한-중 정부간의 협상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중국 정부간에 1차적인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권위있는 국제기구가 장길수군 가족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면 중국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UNHCR는 지난해 1월 중국 정부의 탈북자 북송 조치에 대해 “중국측이 탈북자들을 심각한 보복이 우려되는 북한으로 되돌려 보낸 것은 명백한 국제난민협약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어 이번에도 중국측에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탈북자 7명의 강제북송 사건과 장길수군 가족의 UNHCR 농성사건 비교

탈북자 7명 강제북송 사건항목장길수군 가족 UNHCR 농성 사건
-1999.11.10 호영일씨 부부 등 탈북자 7명,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됨
-99.12.30 러시아, 이들을 중국측에 인계
-2000.1.12 중국, 이들을 강제 북송
사건 개요-1997∼99.8 일가족 17명 차례로 탈북
-2000.5.22 뉴스위크지, 길수군 일가족 사연 소개
-2001.3∼5 가족 중 5명 북송 당함
-2001.6.26 가족 중 7명 UNHCR에서 농성하며 난민 인정 및 남한 망명 요청
한국-러시아, 한국-중국협상 주체중국-UNHCR
-러시아와 중국측에 본인 자유의사에 따른 인도주의적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좌절정부 대응 -중국과 UNHCR에 신중하고 인도주의적인 처리 적극 요청
-숙식문제 등에 대한 간접지원 용의
-러시아와 중국측 ‘난민 아니다’는 결론에 따라 한국정부 요청 거절
-송환된 7명, 청진보위부 감옥에 투옥
-“7명의 신변은 안전하다”(2000.5.8주방짜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
-7명중 1명은 올 4월 다시 탈북해 제3국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음
결과(예상 시나리오)
1.중국이 난민으로 인정하면 남한 망명 가능
2.중국이 난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제3국 추방 등 다른 인도주의적 방법을 통한 남한 망명 또는 △중국측이 신병 확보 후 강제 북송
3.사태 장기화 가능성

또 ‘탈북자 북송사건’ 때와는 달리 장군 가족이 UNHCR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도 정부에 다소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다. 중국측도 재외공관에 준하는 치외법권을 적용받는 UNHCR사무소에서 농성중인 장군 가족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탈북자 북송사건’ 때는 러시아와 중국 정부 모두 ‘중-러 국경조약’과 ‘북-중 변경지역 의정서’ 등을 근거로 탈북자들의 신병을 법대로 ‘원위치’시키는 데 급급해 우리 정부와 UNHCR의 인도주의적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와 남북 및 중국과의 관계가 많이 달라진 점이다. 이는 탈북자문제 처리에 있어 북한과의 전통적인 선린관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입지를 다소 넓혀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난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중국 베이징(北京)사무소에서 농성중인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은 ‘난민 인정’과 ‘남한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정확한 용어로 풀어보면 ‘중국 정부로부터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아 한국 정부에 망명하고 싶다’가 된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일반 국제법인 51년 난민협약과 67년 난민의정서는 ‘난민(refugee)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 규정을 근거로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들은 ‘정치적 난민’이 아닌 ‘경제적 난민’이므로 ‘난민의 지위’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9건의 난민 신청 중 57건을 심사해 8명(14.0%)의 정치적 난민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특히 ‘정치적 난민’은 국적국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의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흔히 ‘망명자(asylum seeker)’라고 불린다.

난민이 체류국의 국내법에 따라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국적국의 외교적 보호가 배제되며 1차적으로는 체류국의 보호를, 보충적으로 UNHCR의 보호를 받는다. ‘난민의 지위’가 인정된 난민은 내국민과 마찬가지로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돼 신분증과 여행증명서가 발급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체제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탈북자들은 정치적 이유와 경제적 이유가 혼재돼 있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생존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난민’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