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권력〓61년 5·16쿠데타로 들어선 박정희(朴正熙) 군사정부는 63년 민정 참여를 통한 재집권을 위해 1000여명의 비판적 언론인을 구속 또는 연행하면서 언론을 탄압했다.
박 정권은 3선 개헌(69년)을 앞둔 68년 11월 동아일보의 비판적 논조를 억누르기 위해 신동아의 ‘차관(借款)’ 특집기사를 문제삼아 당시 김상만(金相万) 발행인을 연행 조사했고 소유 주식 포기와 신동아 자진 폐간을 요구했다. 박 정권은 또 유신치하이던 74년 동아일보의 자유언론실천운동을 7개월간의 광고탄압으로 억눌렀다.
전두환(全斗煥) 군사정권은 80년 언론사 통폐합과 언론인 숙정, 81년 언론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저항세력을 제거하려 했다. 김영삼(金泳三) 정부는 94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 장악에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언론과의 전쟁’도 비판언론 탄압의 측면이 강하다는 게 보편적 시각인 듯하다.
고려대 임상원(林尙源·신문방송) 교수는 “과거 정권 때와 동일할 수는 없겠으나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를 순수한 의도로 보기 어려우며 탄압적 요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 모종린(牟鍾璘·국제정치경제) 교수도 “역대 정권도 언론을 탄압할 때 법치나 사회안정 등 명분을 제시했다”며 “정부가 순수하다고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과의 관계〓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공방의 중심에는 내년 대선이 있다. 한나라당은 세무조사를 정권 재창출을 위한 걸림돌 제거작업으로 해석한다.
박관용(朴寬用) 의원은 “일련의 언론압박행위는 내년 대선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고 규정했다. 물론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송훈석(宋勳錫) 의원 등은 ‘야당이 오히려 대선을 의식해 특정 언론사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강조하고, 여권 인사들이 “언론이 너무 한다. 가만있을 수 없다”고 공언한 가운데 세무조사가 이뤄진 등을 미뤄보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연세대 허영(許營·법학) 교수는 “정권을 향한 언론의 비판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권력의 말기적 증세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논란 자체가 국가사회적으로 크게 불행한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80년 언론사 통폐합에 관여했던 권정달(權正達) 자유총연맹 총재는 “80년 언론통폐합의 경우 처음엔 국민이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나 결국 다 원상으로 회귀해 버렸다”며 “이렇게 극한적으로 가게 되면 내년 대선에서 여러 가지 우려할 만한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경석(徐京錫) 목사는 “정부와 언론, 여야 가운데 어느 한 쪽만의 주장에 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제3의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