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량은 수상쩍은 꼬맹이 선녀 환타를 떠맡게 되고, 그녀로부터 량이 108개의 부부연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모두 불행을 부르는 악연이란 예언을 듣는다. 량은 반신반의하지만 어쩌다보니 환타를 좇아 지상으로 내려온 또 다른 선녀 미란다의 술법에 걸려 눈이 마주친 모든 여자들과 악연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악연을 정화시키는 능력을 지닌 선녀 환타는 그런 제갈량을 열심히 도와주지만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도 같은데 ?
만화 <선녀강림>은 친숙한 전래동화 '선녀와 나뭇꾼'을 모티브로 재미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 작품이다. 량과 환타가 만나게 된 경위도 동화를 닮았지만 환타가 다름아닌 동화속 선녀와 나뭇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설정에서 현실과 판타지가 엇갈리기 시작한다.
신세대 작가 유현은 천계인들의 각종 비술과 술법 등으로 독특한 판타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최신 비디오게임이나 보드같은 유행 코드를 주인공들의 일상에 수시로 노출시켜 황당무계함을 상쇄시킨다. 빠른 이야기 전개와 코믹하면서도 거침없는 대사, 시원스런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 등의 조화가 부담 없는 재미와 청량음료 같은 상쾌함을 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야기 전반에서 느껴지는 활기찬 에너지의 원동력은 여주인공 환타에게 있다. 그녀는 오로지 착하고 예쁘며 얌전한 러브 코미디물의 비현실적 캐릭터가 아니며, 판타지물에 양념처럼 등장하는 천방지축 왈가닥도 아니다. 능력 있고 당당하면서도 뜻대로 안 되는 일에는 성질 부리고 토라질 줄 아는 귀여운 히로인 환타이기에 소년만화를 외면하던 여성 독자들마저 <선녀강림>에 매료되고 마는 것이다.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_ja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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