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깊은 산골 두식구 이야기 '비나리 달이네집'

  • 입력 2001년 6월 29일 18시 45분


요즘 너무나 많은 어린이 책이 나온다. 이런 때일수록 재미있게 한번 읽고 말 책과 늘상 곁에 두고 힘을 얻는 책을 골라내는 일은 읽는 이의 몫이다. 이런 뜻에서 권정생의 새책 ‘비나리 달이네 집’은 오래 두고 함께 할 책 한 권을 더하는 기쁨을 준다.

강아지 똥, 다 떨어진 깜둥 바가지, 수채 구멍에 빠진 똘배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주인공으로 삼아온 작가의 다른 작품처럼 이 글의 주인공도 세상의 잣대로는 작고 초라하다. 경상북도 산골에 사는 늙수그레한 농사꾼 아저씨 곁의 달이는 인간이 노루를 잡기 위해 쳐놓은 덫에 다리 하나를 잃은 강아지이다. 이 두 식구가 살아가는 이야기는 맑은 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섬세하고 단정하다.

성당의 주임 신부를 마다하고 농사꾼으로 살고 있는 늙수그레한 아저씨는 작은 강아지 하나를 동무하며 그 보잘 것 없는 것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남들은 듣지 못하는 강아지의 ‘특별한 말’을 알아듣는다. ‘특별하다’는 것은 그 대상이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보는 눈이 ‘특별해서’ 가능한 것인 것 같다. 그 아저씨는 한 강아지와 자연에게서 쉽게 도를 본다. 인간이 어렵게 이르려고 하는 득도의 경지를 자연은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여 실제 생활을 썼다는데 우리에겐 판타지처럼 읽힌다. 환타지는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보다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간절한 바람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던가. 작가가 우리에게 간절히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이런 것 아닐까. 인간이 자연 속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이 도를 얻는 것이고 예배인 그런 세상.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주인공의 삶을 절대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 작가의 말투로 써내려 가서 포슬포슬 읽힌다.

그런 세상을 그려내는데 그림도 큰 몫을 한다. 다리 다친 달이를 쳐다보는 아저씨의 얼굴, 눈물 흘리는 달이의 얼굴 그림 등은 그림 작가가 가진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과장되지 않고 느낌을 전달하는 검소함이 이 책을 더욱 빛내고 있다.

인간이 착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노작가의 안타까움이 묻어 나서 더 가슴을 적시는 책이다.

말이 쉬워서 초등학생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그 뜻을 새기면 어른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혜원(주부·서울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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