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술대전 비리를 보고]돈벌이 수단이라니…

  • 입력 2001년 7월 2일 18시 59분


오호! 통재라! 대한민국 미술대전, 아직도 살아 악취만 풍기고 있다니…. 나는 할 말조차 잃고 있다.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심사부정 문제로 악명이 드높았던 미술대전이 아니었던가. 그런 미술대전이 올해도 역시 찬란한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구나. 이제 우리는 알겠다. 미술대전 개최의 구비요건 가운데 하나가 심사부정이라고. 부정 없이는 미술전을 열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이는 참으로 딱한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미술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심사 과정에 부정이 있어 25명의 관련 미술인들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한다. 아니! 25명이라니! 이는 너무했다. 그렇게 썩은 인물들이 미술대전에 들끓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돈을 받고 작품을 뽑아 주었다는 것. 이는 심사부정인 것이다. 이를 배임수재라 하는가. 생전 법률용어와 무관하게 살아오던 우리네 미술판에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어떻게 돈을 받고 입선 혹은 특선을 시켜줄 수 있는가.

미술대전은 이른바 국전의 후신이다. 국전의 폐해가 너무나 많아 정부주도의 이 연례행사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폐지하기로 했으면 과감히 폐지했으면 좋았을 것을 민간에 이양해 연명시킨 것이 오늘날 비리의 온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공모전은 미술관이나 화랑이 없었던 시절엔 그런 대로 수행할 수 있는 몫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미술계 상황에서 공모전의 역할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이름도 거창한 갖가지의 공모전이 횡행하는 것은 돈벌이 사업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히 공모전 천국이다. 그러나 이들 공모전이 실질적으로 우리 미술계에 주는 기여도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눈치 빠른 공모전용 작품만 양산하게 하는 현행 공모전들은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

평단의 말석이나마 차지하고 있다보니 나는 각종 심사에 참여하곤 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심사에 참여하지 않은 공모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이다.

그렇다고 심사요청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내가 심사를 거부한 미술전은 유일하게도 문제의 미술대전 뿐이었다. 비리의 온상에 동참해 동색(同色)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운영방식도 문제였지만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오히려 나는 심사위원을 심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적당한 안배를 했고, 전문성이 배제된 행사를 위한 행사였다.

미술대전이 왜 필요한가. 이권다툼의 마당인가. 돈벌이의 수단인가. 미협 이사장 선거 때면 금권선거니 뭐니 해서 부끄러운 말들이 많았다. 무엇 때문에 거금을 뿌리면서 미협을 장악하려 하는가. 사실 미협이 미술계를 위해 한 일이 얼마나 있는가.

미술대전은 진작 폐지했어야 옳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집어치워라! 이름만 거창하지 미술대전의 기여도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오늘 한 장의 만장을 쓴다. 근조(謹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비리의 귓속말은 미술대전의 장송곡이다. 미술대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미협 집행부와 일부 심사위원을 위한 미술전이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

윤범모(경원대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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