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외교-日대사 면담]"어색한 악수…냉랭한 침묵…"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9분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은 9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와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 등 일본 연립 여3당 간사장단을 잇달아 면담했다. 한 장관은 특히 데라다 대사와의 면담에서 어색한 악수만 나눈 뒤 눈길도 마주치지 않은 채 한동안 냉랭한 침묵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한 장관과 데라다 대사

▽데라다 대사〓한국측의 수정요구 중 고대사 관련 2개 항목은 명백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항목들은 한국측 수정의견을 부정하거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도상 출판사에 정정을 요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한 장관〓우리 정부와 국민은 실망하고 당혹해하고 있다. 수정요구 중 중요대목은 모두 빠졌다.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으며, 책임은 일본 정부가 져야 한다. 역사 교과서 왜곡은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일관계가 원상태로 돌아간 것 같아 안타깝다.

▽데라다 대사〓이번 결과는 우리 제도에 의거해 성의 있게 검토한 결과다.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와 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표명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엔 변함이 없다. 일본은 양 국민의 상호이해와 교류를 위해 ‘신세기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자 한다.

▽한 장관〓교과서 문제는 단순히 과거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에게 역사를 올바로 가르쳐 새 세기의 한일관계는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 젊은이들이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심각히 검토해 재고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한 장관과 연립3당 간사장단

▽한 장관〓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전후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3당 간사장도 강력한 지도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현명하게 활용해 획기적인 선린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간사장단〓일본의 검정제도는 국가검정제도가 아니다. 이번 정부 입장은 일본이 가능한 노력을 다한 결과로 현명하고 성실하게 한 것이다. 이해해 달라.

▽한 장관〓과거 문제에 연연하는 측면보다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면 21세기에 들어서서 일본의 발전은 물론 한일관계의 발전, 국제평화에도 좋지 않은 결과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는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한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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