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너무 우유부단해서…"

  • 입력 2001년 7월 10일 18시 36분


30대 후반의 이모씨. 요즘 친구 문제로 적잖이 흥분하고 있다. 자기가 보기에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에 있어 친구가 고민만 하며 우유부단하게 처신하는 게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꽤 좋아하는 친구라 나름대로 방향제시를 해주고 조언도 해주었건만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더욱 화가 났다.

친구는 회사에서 승진이 안돼 고민하고 몹시 괴로워했다. 보다 못해 자신이 나서서 더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었다. 친구가 다니고 있는 곳은 대기업이지만, 앞서 말한 대로 승진이 정체돼 있는 데다 업무상 몇번의 실수도 있어서 전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규모는 작지만 더 알차고 전망도 나은 곳을 추천해 줬던 겁니다. 그 자리, 남들은 못가서 안달하는 그런 자리예요. 그런데도 이 친구, 망설이기만 하니 어떻게 제가 화가 안납니까?” 그의 말이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가 흥분할 만도 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한가지 있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관점과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당연히 다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극복하거나 아니면 회피하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이모씨의 경우,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타입이다. 반면 그 친구는 회피의 기제가 앞서는 타입인 것이다.

이것은 동물의 세계나 인간사회나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은 자기보다 큰 상대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도망칠 궁리부터 한다. 회피하는 것이다. 반대로 자기보다 작은 상대를 만나면 먼저 싸움을 건다.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은 그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사람마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내 능력 밖이냐 아니냐 하는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때론 같은 문제라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크게 편차를 보일 수도 있다.

또 하나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분명 극복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두려움 때문이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욕구와 극복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갈등이 싫어서 회피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때 회피의 기제만을 동원하다가는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압도될 가능성이 많다. 반면 일단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봐야 할 때 지나치게 용감해지는 것도 무모한 시도일 수 있다.

어떤 상황에 놓였든 간에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때로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를 참조하는 것도 하나의 용기인 건 분명하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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