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기술이 지난 1년반 동안 무료 서비스해온 인터넷전화를 이달초 전면 유료화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롬기술은 한국에서 560만명, 미국에서 137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인터넷업계의 선두주자. 자금력도 탄탄하다. 이 때문에 서비스는 무료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터넷 ‘수익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새롬은 기존의 전화요금 과금방식을 닮은 고전적 ‘수익모델’을 선택했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않고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인터넷의 ‘이상(理想)적 수익구조’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닥친 것일까.
▽소비자 탓?〓새롬측은 “일부 가입자들의 과도한 통화로 통신료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유료화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가입자의 경우 최장 84시간이나 연속 통화한 적도 있다는 것. 조사결과 다이얼패드 총통화시간의 80%를 5%의 극소수 가입자가 사용하는 등 ‘거품’이 나타났다. 인터넷업계가 소비자의 ‘자질’ 때문에 고민한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그러나 업계는 “불량가입자를 떨어내기 위해 유료화를 하려 해도 대부분의 가입자가 등을 돌릴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실토해왔다.
인티즌의 경우 작년 10월 258만여명이 가입했을 때 유료화를 선언했다. 상당한 자신감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현재 유료회원으로 남은 사람은 1.5%인 4만명에 불과하다.
인터넷에서 국내 최대인 1기가 용량의 메모리를 무료서비스하는 ‘팝데스크’를 운용중인 그래텍의 상황도 비슷하다.
무료서비스보다 전송속도가 5∼10배 빠른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지난 4월 유료화했지만 호응한 가입자는 극소수. 한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서비스 요금은 1시간에 500원이다. 이는 30분 정도 거리의 오토바이 퀵서비스 요금인 9000원보다 훨씬 싼 것이다. 그런데도 가입자들은 ‘유료’라는 말만 들으면 발길을 돌려 버린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 분석가들은 새롬의 이번 유료화에 동참할 가입자가 전체의 5%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 탓?〓새롬기술에 이어 프리챌 등 인터넷업체들이 잇따라 유료화 실험에 나서고 있다. PC통신의 강자인 천리안 역시 유료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자금 사정이다. 배너광고 수익만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유료화에 걸맞은 콘텐츠와 서비스 변화를 이뤘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적자경영의 책임을 소비자와 가입자에게만 전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인터넷 업체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면서 유료화에 안착했다. 네오위즈의 커뮤니티클럽인 세이클럽은 작년 11월 유료서비스를 시작해 첫달에 1억75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1월엔 3억6300만원, 5월엔 13억9000만원 등 매출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세이클럽 관계자는 그 비결에 대해 “이미 서비스중인 것을 단순 유료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돈 받는 서비스만 잘 꾸미겠다는 생각도 안된다. 기본 서비스를 탄탄히 하면서 더 좋은 ‘프리미엄’서비스를 유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자격있는 업체’만이 유료화에 성공한다는 지적이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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