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석굴은 간쑤성 둔황현 남동쪽에 있는 명사산 기슭의 1.6km 언덕에 4세기 중반부터 13세기에 이르기까지 1000여년에 걸쳐 사람의 힘으로 뚫은 크고 작은 석굴로 숫자가 600여개에 이른다. 석굴 안에는 아직도 다양한 불상과 벽화들이 남아있어 당시의 동서 문화교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둔황석굴의 138호 159호 220호 335호굴 벽화에서 조우관을 쓴 삼국시대인의 모습이 공개됐지만 이번에 확인된 벽화는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해 삼국시대 복식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국내에 공개된 삼국시대인 관련 벽화는 소설가 정찬주씨가 현지를 답사해 촬영한 것이다.
조우관은 삼국시대 사람들이 쓰던 모자의 일종으로 같은 시대에도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형식이다.
이번에 확인된 237호와 9호 굴 벽화의 이름은 ‘유마경변상도(維摩經變相圖)’. 각국의 사신들이 유마거사에게 설법을 청하는 모습을 묘사한 벽화다. 두 벽화 모두 맨 뒷줄에 조우관을 쓴 삼국시대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237호 굴의 한반도인은 방금 그린 것처럼 그 모습이 생생하다. 그러나 9호굴 벽화는 보존상태가 좋지 않다.
237호 굴 조우관의 특징은 기존에 확인된 것과 달리 관모의 앞쪽에 새의 깃털이 몰려있다. 220호 335호 굴 조우관은 양쪽에 새 깃털이 꽂혀있다.
237호 굴 벽화에서 외국 사신과 달리 한반도인의 얼굴이 어려보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미 확인된 220호굴(642년) 335호굴(686년)이 당나라 초기인 7세기에 제작된 것인데 반해 이번에 확인된 237호 굴은 당나라 중기인 8세기에 조성된 석굴이어서 그 조우관의 주인공이 통일신라인일 가능성이 높다.
학자들은 그동안 220호와 335호 굴에 등장하는 조우관을 쓴 주인공이 고구려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해 왔다.
이 자료를 국내에 들여온 정씨는 사진 자료와 실크로드 둔황석굴 기행기를 함께 담아 11일 ‘돈황 가는 길’(김영사)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