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言如其人(언여기인)

  • 입력 2001년 7월 10일 18시 43분


言如其人(언여기인)

藝-기예 예 諫-간할 간 淫-음탕할 음

囊-자루 낭 錐-송곳 추 戒-경계할 계

옛날에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었다. 문장 글씨 그림은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겼다. 중국에서 문장이 중시되었고 書藝(서예)와 繪畵(회화)가 고도의 철학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書如其人(서여기인·글씨는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한다)’이니 文如其人, 畵如其人이란 말이 성행했다.

여기서 잠시 ‘筆諫(필간·붓으로 諫함)’의 고사를 한 번 보자. 柳公權(유공권)이라면 唐나라를 대표하는 書藝家다. 한 번은 그의 書藝에 반한 穆宗(821∼824)이 찾아왔다.

“짐도 書藝를 익히고 싶은데….”

평소 그의 荒淫無道(황음무도)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이 발라야 붓도 바르게 되며(心正則筆正), 붓이 발라야 서법도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筆正乃可效).”

둘째는 外觀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 말에 ‘생긴 대로 논다’는 표현이 있다. 外觀과 性品이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굳이 표현한다면 ‘身如其人(신여기인)’이라고나 할까. 악어나 사자에게서 인자함을 찾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체로 그렇다’는 것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생긴 것은 산적두목이나 마음씨는 비단결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얌전한 것 같은데 고약한 짓만 가려서 하는 부류도 없지 않다. 곧 外觀과 品性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번째로 볼 수 있는 것이 말과 행동, 곧 言行이다. 內面의 修養은 囊中之錐(낭중지추·자루 속의 송곳)와도 같아 가만 놔둬도 外部의 行爲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러니 言行을 통해 그 사람의 人格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外觀과는 달리 言行은 人格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덧붙인다. ‘言如其人’이라.

옛 聖賢이나 어른들께서 言行을 조심하라고 訓戒(훈계)하신 데에는 다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말을 잘못해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口舌數(구설수)라고 하거니와 그 정도가 심하면 舌禍(설화)를 당할 수도 있다. 말은 그만큼 무섭다. 중국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亂說(롼숴)’이라고 하여 극도로 경계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한 마디가 뒤따랐다. “住口!(주커우·입닥쳐!)”. 文化大革命 때 毛澤東이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했던 말이 있다.

“不許亂說!(함부로 지껄이지 못하게 하라!)”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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