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세계일주 가족배낭여행 마친 이성씨

“얼굴이 몰라보게 핼쑥해졌다는군요. 그런데 여행을 통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7월 탄탄대로를 걷던 공무원의 길을 잠시 접고 아내와 두 아들, 처조카와 함께 세계일주 배낭여행을 떠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성(李星·45) 전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이 1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10일 저녁 귀국했다.

중국에서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를 둘러본 뒤 유럽 등 세계 45개국 200여개 도시를 둘러보는 숨가쁜 여행일정을 무사히 마친 이씨. 덕분에 몸무게가 15㎏이나 줄어 헐렁해진 양복 차림으로 11일 서울시청에 들른 그는 여독이 풀리지 않아 피로해 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한국의 많은 30, 40대 직장인들이 일중독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알코올중독 못지않게 가정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죠.”

싱가포르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친 그는 스페인에서 렌터카를 도난 당해 고통을 겪었고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여권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강제출국을 당하기도 했다. 아파트 전세금 9000만원을 털어 마련한 여행 경비를 아끼느라 여행자숙소를 전전하며 현지 시장에서 감자와 밀가루 등을 구입해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여행 출발 직후 아버지가 숨지자“내가 탄 비행기는 ‘홍콩행’이 아니라 ‘불효행’이었다”고 토로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이씨.4월 노환으로 어머니까지 숨을 거두자 여행을 중단할까 고민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예정대로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곧 서울시청에 복직할 예정인 이씨는 1년간의 배낭여행기를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