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인기인과 건망증

  • 입력 2001년 7월 11일 19시 08분


유명인인 A씨는 평소 섬세함과 자상함으로 지인들을 푸근하게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그는 약간의 ‘건망증’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기자 B씨가 A씨의 사무실을 찾아가 취재를 마친 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다. B씨는 9월출산을 앞두고 있다.

“너무 자상하게 대해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는 거 있지.”

“완전히 ‘응급환자’ 취급해 주시더라고.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문 앞에서부터 몸을 부축해주고 나갈 때도 운전사 시켜서 회사까지 데려다 주셨어.”

“계속 괜찮다고 해도 ‘홀몸이 아니니까 몸을 소중히 다뤄야 돼요’ 하면서 걱정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거야.”

“어쩜, 우리 남편이 이런 얘기를 들어야 되는데….”

여기자들은 다들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B씨는 며칠 뒤 A씨와 전화통화를 할 일이 생겼다.

“A선생님, 저 이제 좀 있다 출산휴가 가요.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할 기획기사가 있어서 전화를 드렸어요.”

“어머, B기자님 임신하셨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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