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를 잡아가 옥살이를 시킨 것은 나 몰라라 하면서 자기들 잘한 것만 쓰는 것은 정말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14일 오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특별수업’이 열린 광주 동구 서석동 서석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 이날 특별수업은 담임교사인 유리향씨(25·여)가 대형 슬라이드를 통해 일본 의 역사교과서 왜곡 내용과 우리나라의 시정 요구사항을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유 교사는 임진왜란, 한일합방, 군위안부 문제 등 왜곡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학생들은 유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 미리 준비해온 신문의 관련기사와 사진스크랩북 등을 펼쳐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학생은 “억울하다고 분통만 터뜨리지 말고 계속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어떤 여학생은 “앞으로 일본에서 건너온 컴퓨터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일본이 우리를 얕보지 않게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 학교가 이날 4∼6학년을 대상으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특별수업을 한 것은 ‘일본 바로 알기’ 차원도 있지만 과거 일본과의 ‘악연’을 청산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올해로 개교 105주년을 맞는 이 학교는 1896년 전남도 관찰부 공립소학교로 문을 연 이후 일제강점기에 6명의 일본인이 교장을 역임했고 해방 전까지 일본인 학생이 다녔던 식민지 시대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
이 학교 김경렬(金炅烈) 교장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수정 거부로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이번 기회에 우리 학교의 얼룩진 과거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 특별수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특별수업은 일본 총리와 주한 일본대사 및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항의편지를 쓰는 것으로 이어졌다.
“왜곡이란 똑바로 길을 가지 않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이라고 어른들에게 들었습니다. 역사교과서에서 군위안부에 관한 내용만은 꼭 고쳐주세요. TV에서 봤는데 살아 계신 군위안부 할머니들이 너무 불쌍해요.” 6학년 강연경양(13)은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바른 역사를 써달라고 호소했다.
4학년 김은지양(11)은 주한 일본대사에게 “일본 역사교과서를 꼭 고쳐 주세요. 학생들이 거짓투성이인 교과서를 배우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돼요. 일본인들이 예전에 한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제대로 가르쳐 주세요”라고 썼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에게 보낸 5학년 김태훈군(12)의 편지는 직설적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국민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우리 한국은 너희 정부가 너무 싫어. 독도도 자기네 거라고 우기고 이번에는 역사교과서까지…. 너희들은 착하니까 우리의 심정을 잘 알거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잘못된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에 반대해주길 바래.”
두 시간여에 걸친 특별수업을 마치고 주한 일본대사관 등의 주소가 적힌 봉투에 편지를 집어 넣는 학생들의 표정은 자못 비장하기만 했다.
학교측은 학생 352명이 일본 총리 등 앞으로 쓴 편지를 16일 주한 일본대사관으로 보낼 예정이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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