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경민/'역사왜곡' 국제 이슈 삼자

  • 입력 2001년 7월 16일 00시 35분


일본의 역사왜곡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숨긴 채 강대국 일본을 건설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보며 21세기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감지하게 된다.

일본이 역사왜곡을 하며 앞만 보고 전진하겠다는 이른바 강대국 일본건설의 계획은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것이다. 130억달러라는 거금을 내놓으면서도 일본의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내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비난만 들은 일본은 돈만 있는 졸부 같은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그리고는 강대국 일본의 면모를 심기 위한 여러 가지 작업에 착수한다.

우선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의 일환으로 캄보디아에 자위대를 전후 최초로 파견하는 선례를 남겼고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장차 평화유지군의 파견도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을 닦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전후 금기시되던 국기(國旗)와 국가(國歌)에 대한 법제화를 마쳤고 이제 집단 자위권에 대한 헌법적 지지를 부여하기 위한 평화헌법 제9조에 대한 개정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중, 참의원 정족수의 3분의 2와 국민투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이뤄지는 헌법 개정은 일본의 정당 구조상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설령 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껏 그래 왔듯이 헌법의 자의적 해석으로 자위대의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

그 정지작업이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신방위협력 지침이다. 이 지침은 유사시 일본이 미국을 좇아 전쟁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 놓고 있어 일본 자위대를 해외로 파견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일본 국민이 이런 변화를 조용히 지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역사왜곡에 대해서도 슬며시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데 있다.

당당하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가 85%에 육박하는 것도 과거사에 얽매여 이 눈치 저 눈치나 보는 전후 일본의 모습에 일본 국민이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역사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지금처럼 심하게 역사왜곡을 하지 않았을 때의 역사교육의 실상도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켜 주변국가들을 유린했던 부분의 교육은 대부분 학기말 일정에 쫓겨 배우지도 않고 수업이 끝나버려 전후세대들이 진정한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나치 만행을 전후 초기부터 교과서에 넣도록 한 독일의 아데나워 총리는 독일의 후세들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떳떳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이며 아직도 과거사 청산을 못한 일본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참회가 결여된이웃나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우리는어떠한입장을견지해야할까?

첫째는 끈기 있게 역사왜곡의 수정을 요구할 일이다. 일본은 행여 한국이 그러다 말겠지 하는 착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나 우리는 정부와 민간단체를 총동원하여 인내심을 갖고 일본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일본에 있어서도 이로운 일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장래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간과하면 그렇지 않아도 군사대국 일본으로 일어서고 있는 그들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다.

두번째는 국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매년 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회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세계의 비정부기구(NGO)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통하여 일본의 역사왜곡을 세계문제로 이슈화해야 한다. 특히 난징(南京)대학살 사건 등의 아픔이 있는 중국과 공동보조를 맞추어 일본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일본이 역사왜곡을 할 줄 미리 알았던 것인지 지난해 8월 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군국주의 연구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역사연구반을 창설하고 일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황이 베푼 만찬 석상에 인민복을 입고 나타났던 것은 역사의식이 약한 일본에 대한 무언의 경고였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수정은 가장 큰 피해를 본 한국이 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김경민(한양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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