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정보맨의 생명은?

  • 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37분


서울에 장맛비가 걷힌 16일 나른한 오후. 회사원 J씨, 꾸벅꾸벅 졸다 요란한 휴대전화 벨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증권가 정보맨 C차장이었다. 지금은 나이 50을 바라보는 ‘원로’가 돼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 그래도 특유의 입담은 여전했다.

“요즘 어때? 장마에 피해는 없고?”

“염려해주신 덕분에…. 차장님은요?”

“미 투(Me too).”

“그러나 저러나 주식시장이 비실비실해서 걱정이에요. 뭐 좀 재미있는 얘깃거린 없어요?”

“알잖아. 나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거. 사무실에서 꼼짝않고 지내서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였어. 이 나이에 정보하면 사람들이 웃어.”

“그래도 부자 망해도 3대 간다는데….”

“물론 ‘기본’은 하지.”

“? ? ?”

“정보맨의 생명은 ‘비공개’ 아니야? 도청이 겁나 무조건 사무실 전화는 두고 휴대전화를 써. 근데 요새 발신자 표시장치 안한 놈들이 없더라고. 그래서 번호 누르기 전에 ‘*23#’을 꼭꼭 누르지. 제 버릇 남 못 줘.”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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