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 이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인권탄압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의 김 대통령의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는 일임은 물론이다.
물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유엔 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 요소를 거론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문제가 간간이 지적되긴 했지만 이는 제도적인 측면을 거론한 것으로, 이번 서한 내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더욱이 이번에는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이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들이다.
이번 서한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계속돼 온 여야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치권 일각에선 미 하원의원들이 서한을 보낸 것 자체가 내정간섭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둘러싼 정치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으나, 여야 공방은 이미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이번 서한이 “현 정권의 언론 탄압이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는 뜻”(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라고 규정하며 정부에 대해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권대변인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김 대통령은 세무조사가 공정했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미국 타임지 7월16일자)는 식으로 보도할 때마다 현 정권은 변명에 급급하더니 급기야 미국 의원들이 항의 서한을 보내오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 등 여권은 이번 서한은 미국의 일부 의원들이 한국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개인 의견을 표시한데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하는 한편, 이로 인해 언론조사가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일부 하원의원들이 개인의견을 표시한 데 대해 우리가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며 “이들 의원이 우리의 언론자유 상황을 잘 모른다면 설명해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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