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이의 앞니가 점점 튀어나오는 원인이 손가락빨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김씨는 더 속이 상했다. 도무지 아이가 손가락 빠는 것을 중단할 기미를 안 보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잘 때, 텔레비전 볼 때, 책 볼 때 등 하루종일 손가락을 입에 달고 있었는데 계속 주의를 주다 보니 슬슬 눈치를 보면서 깨어 있을 때는 별로 안 빨다가도 잘 때는 쪽쪽 소리까지 내면서 빠는 것이다.
김씨는 아들이 손가락을 안 빨게 하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써 보았다. 잘 때 장갑을 끼워 보기도 하고 손가락에 쓴 약을 바르거나 반창고 같은 것을 붙여 놓기도 했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결국 치과를 방문하게 되었다.
손가락빨기는 실제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생후 1년 내에서 시작하게 되고 서너살이 되면 아이들 대부분이 이 습관을 저절로 그만두게 된다. 손가락빨기가 지속되면 버릇의 정도, 빈도,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위앞니가 앞으로 튀어나오게 되고 아래앞니는 안으로 기울어져 위아래 이 사이의 공간이 넓어지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위아래 치아들이 안 다물어져 자장면이나 라면을 못 끊어 먹는 어린이도 있다.
손가락 빠는 습관은 서너살이 지나면 스스로 버릇을 고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손가락을 조금씩은 빨기 마련이다. 손가락이 입에 들어가려고 하기 시작할 무렵에 가짜 젖꼭지를 몇 달 정도 물리면 손가락 빠는 습관을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살 정도까지 손가락빨기가 지속되면 유진이 엄마처럼 손가락에 약바르기, 반창고 붙이기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래도 손가락빨기를 계속한다면 치과를 방문하여 손가락을 못 빨게 하는 장치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강 내 습관제거장치의 기능은 손가락빨기를 할 때마다 하지 못하게 하는 ‘기억 되살리기’ 역할이다. 입안에 구불구불한 철사를 고정시켜 놓아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이 들어갈 때마다 빨지 말아야 한다는 ‘기억’을 되살려 궁극적으로 습관을 제거하게 되는 장치이다. 이 장치를 사용할 때 ‘벌’의 의미로 아이에게 인식시켜 주지 말고 단지 습관을 고치는 ‘고마운 보조장치’로 인식시켜 주는 것이 좋다. 습관을 가진 모든 어린이에게 이러한 장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3세반에서 4세를 지나서까지 손가락빨기 버릇이 지속된다면 고려할 수 있다.
김은영(아이들치과원장) kimlucy8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