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보면 떠나온 조국에 크게 이바지하는 이민자 집단들이 있다. 세계 금융계와 학계, 언론계, 예술계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화교집단이 중국 현대화에 기여한 공로 역시 작지 않다. 18, 19세기에 굶주림을 피해 대거 미국으로 건너간 소작농 출신의 무식하고 가난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면서 노동조합의 지도자, 가톨릭 교회의 사제가 되었고 후에는 미국의 대통령도 배출했다. 이들의 조국 아일랜드에 대한 기여 역시 큰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라를 떠나 살면서도 나라를 사랑하는 해외동포들에 대한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을 떠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에 들어오는 이민자의 문제 역시 국가 경영상 매우 중요하다. 17세기 말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낭트칙령을 폐지하자 종교의 자유를 찾아 수십만의 위그노(프랑스 신교도) 출신 지식인, 기술자, 상공인이 조국을 등졌는데 이것이 프랑스 국력 약화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반면 이들을 받아들인 프로이센, 스위스, 영국 등은 커다란 활력을 얻었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얼마 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무르던 장길수군 일가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사무소의 도움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런데 중국 땅에 숨어 있는 탈북 동포가 십 수만명에 이른다니 놀라운 일이다. 동독 공산정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1989년 여름 동독을 벗어나려던 대량 이주자의 물결이었다. 이런 현상이 한반도에서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탈북 이민의 물결을 적극 수용하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활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대책을 세우기에 달렸다. 탈북 이민문제는 향후 한국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최영천(베를린 한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