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폴라니 지음 표재명 김봉미 옮김
645쪽 2만5000원
수영 교본을 모두 외웠다고 해서 처음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수영을 잘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에는 곤란하지만, 우리는 수영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종류의 앎은 이를테면 일반적 지식을 이론적으로 배워서 아는 앎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 기술을 몸을 통해 익혀서 아는 일종의 암묵적인 지식이다.
마이클 폴라니(1891-1976)는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까지도 지식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과학주의 및 방법주의가 표방하는 완전한 객관성의 이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고 추상적인 것인지를 폭로하고자 한다. 이런 종류의 앎에 대해서 근대 인식론이나 오늘날의 소위 주류철학들은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해 왔다. 객관화되지 않는 지식의 영역을 인정한다는 것은 플라톤 이래 이어져 온 본질주의, 로고스중심주의, 보편주의 등에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라니의 경우, 참된 지식이란 지적인 관여를 통해 보편적인 것과 만나는 ‘개인적 지식’이다. 진리에 대한 생각은 진리에 대한 욕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이지만, 이 욕구는 비개인적인 것을 향한다는 의미에서 보편적인 것과 연결된다. 철학을 궁극적 신념의 선언이라고 보는 폴라니는 데카르트 식의 보편적 회의나, 과학적 진리를 보편적 근거 위에 올려놓으려는 칸트식의 시도가 모두 개인적인 관여를 회피하려는 시도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1958년에 쓰여진 이 책은 너무나도 유명한 ‘암묵지’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폴라니의 주저로서, 후기의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토마스 쿤, 리처드 로티,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 등과 같은 반본질주의적인 경향의 사상가들을 지지해 주는 고전이다. 물리학과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폴라니는 이 방대한 저서에서 모든 학문의 경계를 종횡무진 뛰어 넘으면서 독창적 사상가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과학사적 예들과 철학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옮긴이들이 왜 8년 여 동안이나 이 책의 번역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이 책은 사상사적인 중요성만을 갖는 책이 아니라 읽는 이에게 여전히 영감을 주는 책이다.
이유선(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