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마넹 감수, 세르프 출판사
유럽에서 불교 신자가 제일 많은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약 50만명이 불교를 가장 친숙한 종교로 꼽는다. 그렇지만 19세기와 20세기 전반기만해도 불교는 철학자 예술가 문학자 등 소수 지식인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자극하는데 그쳤다.
불교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1960년대 몇몇 일본인에 의해 선(禪)이 소개되면서 일본 발음을 따 ‘젠’이라 불리면서 부터다. 티벳 불교는 그 이후에 프랑스에 소개돼 도입된 지 30년이 채 안 되지만, 달라이 라마의 영향으로 지금은 일본 선을 압도하고 있다. 프랑스에 있는 200여개의 명상센터 중 약 3분의 2가 티벳 불교방식을 따른다.
‘불교와의 만남의 이해’는 지난해 10월 앙리 드 루박(1896∼1991)의 ‘불교와 서양의 만남’ 출판기념 학회에 발표된 글들을 모은 것이다. 루박은 예수회 대신학자이며 철학자로 추기경을 지낸 사람이다.
1952년에 출판된 ‘불교와 서양의 만남’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개념 및 그 유사성과 차이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두 종교의 대화를 시도한 권위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1950년대까지, 서양에 알려진 불교사상은 소승 불교에 근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일본과 티벳 불교가 프랑스에 전파되면서 불교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식이 개선된 것이다.
‘불교와의 만남의 이해’는 12명의 불교학자와 신학자들의 글을 싣고 있다. 이들은 불교가 각 나라의 토착 문화와의 융합되어 나라마다 다르고, 특히 그리스도교 문명에 젖은 서양인들의 불교는 더욱 차이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앙리 드 루박의 불교와 서양의 만남 후 50년’, ‘앙리 드 루박의 작품 속에 나타난 불교 인식’, ‘재해석되는 아미타불의 모습’, ‘불교는 상대주의를 발전시키는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 40년 동안 교회의 권위’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이밖에도 한국의 선(禪) 전통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인 베르나르 세네칼 예수회 신부가 한국에서 선 체험을 글로 옮긴 ‘명상, 만남의 장소’도 실려 있다.
세네칼 신부는 한국에서의 불교 체험을 바탕으로 ‘고타마 부처님을 만나는 예수 그리스도’(1998)를 세르프 출판사에서 냈다. 이 책은 프랑스어로 출간된 구산 스님의 ‘한국에서의 선도(禪道)’, 시인 고은씨의 ‘선’ 시집과 함께 프랑스 서점가에서 한국 불교를 소개하는 몇권 안되는 책 중의 하나다.
지난 달에는 필립 코르뉴가 엮은 ‘불교 백과사전’도 나왔다. 용어를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벳어, 중국어, 일어로 표기한 844쪽의 방대한 사전이다. 이 책 역시 지금까지 나온 불교 사전들의 획일적인 경향을 극복해 세계 불교 국가들의 다양한 불교 문화 및 교파, 예식, 신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1980년 불교 스님이 된 도미니크 듀쏘소와가 쓴 ‘선(禪) 불교’도 출판됐다. 이 책은 6세기 중국에서 선이 탄생된 이후 선종의 전반적 역사를 개관한 뒤 중국과 일본의 대표적 선승들의 생애와 사상을 적고 있다.
프랑스에 세계의 여러 불교가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 요즘, 불교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한 한국 불교도 충실하게 소개될 날을 기다려 본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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