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효과없는 금리인하 美 FRB 딜레마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7분


“금리를 6차례에 걸쳐 2.75%포인트나 내렸지만 경기가 회복되기는 커녕 침체국면에 빠지고 있다. 게다가 급격한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금리 인하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FRB의 딜레마’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FRB가 지난 60년부터 40년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정책을 12번 폈다”며 “이전 11번에는 금리인하후 6개월이 지나면 장기금리는 평균 0.53%포인트 떨어지고, 주가는 7.5% 상승했으며 달러환율은 1.1% 하락하는 등 소기의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1월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뒤 6개월후 주가는 7.1% 떨어지고 장기금리는 0.41%포인트 상승했다. 또 달러환율은 6.8%나 하락(달러가치 상승)하는 등 과거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recession)의 예고지표로 이용되는 산업생산이 8개월째 감소하고 있으며 고용 및 도소매판매의 감소추세도 과거 경기침체때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경제평론가인 마크 마일즈(Marc Miles)는 “FRB가 더이상 금리인하 없다고 밝혀야 경기가 살아날 것”(6월27일자 월스트리트)이라고 주장했다.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있으면 할부소비를 금리인하 후로 연기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89∼92년에 금리인하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경기가 92년9월 금리인하가 없다고 발표한 뒤 92년 4·4분기 GDP성장률이 5.4%로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 뉴욕타임스도 6월28일 사설을 통해 “중앙은행은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FRB가 5월 금리를 인하할 때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0명중 3명이나 반대 또는 유보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장일치로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FRB 관례상 이례적인 일. FRB가 6월에 금리를 0.25%포인트만 내린 것도 위원들간 의견차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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