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10대들 창업 붐…서울 '하자센터' 내달 11일 비즈니스 캠프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57분


서울 해성여중 3학년 최신춘(崔新春·15)양은 방학을 맞아 ‘츄루츄루 프로덕션’의 사장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결혼식 또는 아이 돌잔치 때 찍은 비디오를 받아 재편집해 주고 멋진 음악을 삽입해 뮤직 비디오처럼 만들어주는 회사다.

“텔레비전 광고를 제작하는 게 꿈이에요. 지금부터 경험을 쌓아두면 대학 졸업 후 20대 중반이 돼서야 시작하는 사람보다 빨리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영화도 보고 CD도 사고 옷도 사입으려면 돈이 필요해요. 부모님께 일일이 손 벌리기는 싫어요.”

서울 신흥고 3학년 김태형(金兌炯·18)군은 최근 노인들의 외출을 돕는 서비스업체인 ‘똥강아지’를 차리고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가 “귀여운 내 똥강아지” 하며 귀여워해 주던 기억을 떠올려 붙인 이름이다.

“벌이는 시원찮아요. 하지만 사업 준비하면서 노인 문제와 외국의 실버산업에 관한 자료를 찾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최양이나 김군처럼 공부하면서 틈틈이 노동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건전한 욕구를 제대로 이끌어주기 위한 청소년 창업 지원센터가 다음달 문을 연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 센터)는 10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키워 구체적인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창업 지원센터’를 온라인(http://njoyalba.net)과 오프라인에 각각 열고 기념 행사로 8월 11일부터 2박3일간 비즈니스 캠프를 열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창업 지원센터는 잠재력을 키우고 사업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방법에서 시작해 설익은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기, 사업 기획서 작성하기, 투자자 끌어 모으기, 마케팅 전략 세우기, 인맥 만들기, 시간 관리, 결산 보고서 작성하기 등 창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하게 된다.

경기 양주군 딱따구리 수련원에서 열리는 이 캠프에서는 창업투자회사와 컨설팅회사 광고회사 등의 전문가들과 창업을 원하는 10대가 만나 새로운 사업 기획서를 작성한 후 9월 말까지 실제로 자금을 모아 사업을 진행하고 돈을 버는 실습을 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하자센터측은 “주유소나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10대가 상상력을 이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벌어보는 과정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건전한 창업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영 엔터프라이즈’ ‘주니어 어치브먼트’ 등 청소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국제 민간단체들이 10대들의 경영 학습을 돕고 10대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미래의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창업인을 양성하고 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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