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늘어가는 '무작정 유학'

  • 입력 2001년 7월 31일 20시 41분


“선배, 유학 갑니다. 결혼은 날짜까지 잡았지만 결국 깨졌어요. 학교는 외국에 가서 정하려고요….”(28·여·전 정부부처 공무원)

“고등학교 졸업하면 미국 대학으로 가고 싶어요. 모의 수능 성적이 좋지 않은데 미국은 토플 성적만 좋으면….”(고교 3년 수험생)

이 같은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과거에 비해 유학 가려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1999, 2000년 2년간 미국 유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이 4만191명으로 4위였다. 1위가 중국(5만4446명)이고, 2위는 일본, 3위는 인도다. 인구를 감안하면 한국은 단연 1위다.

정보와 기술이 앞선 곳으로 유학 가는 사람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목적이나 동기가 ‘실연의 아픔’이나 ‘치열한 입시 경쟁 회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학은 뚜렷한 목적 의식이 없으면 이제 ‘이익 없는 투자’가 되기 십상이다.

‘박사 실업률 35%’가 국내 현실이다. 2006년에는 박사 실업률이 55%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도 있다.

외국 유학파 대다수는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 교수가 되거나 전문직종에 진출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다행히 대학 교수가 됐다고 ‘고민 끝, 행복 시작’일까.

지방 K대 A교수는 지난 학기 서울 고교와 학원가를 돌면서 은밀히 신입생 유치전을 벌였다. 2003년이면 대학 정원보다 수험생이 줄어들어 정원에 미달되는 학과는 폐과 위기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국으로 유학 간다는 것 자체보다 외국에서 무엇을 공부해 어떤 진로를 택할까를 신중히 생각해야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직능원 진미석(陳美錫) 박사는 “뚜렷한 진로 계획 없이 유학길에 오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면서 유학의 후유증을 경계했다.

이진영<이슈부>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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