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이 합동회의를 방콕 샹그릴라호텔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 호텔에서 보면 강을 따라 지은 많은 호텔, 고층 건물 등이 보이고 강에는 수많은 배들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태국인들은 이 강을 민생용은 물론 외화벌이, 수출용 등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 강가 야외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서울을 아주 잘 아는 어느 분은, 한국인들은 그 좋은 한강을 소비용으로만 사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 이유는 한강 주위에 보이는 것은 아파트뿐이고 강에도 다니는 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회의에 바로 이어서 하버드 경영대학이 국제회의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최한 바 있는데, 장소는 공교롭게도 푸둥(浦東) 샹그릴라호텔이었다. 이 호텔 역시 상하이의 한강에 비견되는 황푸(黃浦)강 바로 옆에 지은 것이다. 푸둥이란 황푸강 동쪽을 의미하는 말인데, 이 호텔 방에서 보면 푸둥개발지구에는 이미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88층짜리 진마오 건물을 비롯하여 수많은 고층 빌딩들이 늘어서 있다. 이 강에도 차오 프라야강처럼 수많은 배들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꼭두새벽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그렇게 많이 다닐 수가 없다. 상하이시도 이 강을 민생용, 외화벌이, 수출용 등으로 다양하게 많이 활용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어느 상하이 기업인은 올들어 현재 상하이 시민 1인당 소득이 4000달러가 아니고 6000달러로 아직은 서울보다 낮으나 곧 추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의 상하이는, 특히 푸둥개발지역은 10여년 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많이 발전해있다.
그런데, 방콕경제나 상하이경제는 이 두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두 강을 중심으로 보면 이들 경제의 움직임이 잘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런데 두 곳의 샹그릴라호텔에서 본 이 두 강 가운데 황푸강이 생활용보다는 생산용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 것 같다.
서울의 63빌딩에서 개최되는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 중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한강이 그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센 강을 비롯하여 세계 어느 대도시를 흐르는 강보다 더 아름답다고 격찬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류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많은 한국인이 툭하면 한국은 자원빈국이고 국토도 산이 많아서 보잘것없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은 국토자원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사실 한강이란 자원은 세계 대도시 중 서울만이 가진 최고 수준의 귀중한 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를 간과하면서 그저 주위에 아파트나 많이 지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강을 봐서는 서울의 경제가 활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힘든다. 한강은 서울의 경제와 동떨어진 느낌도 준다.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베이징, 상하이, 방콕, 로스앤젤레스 등 수많은 세계 대도시들은 평지에 건설되어 쉽게 볼 수 있는 산들이 없다. 수많은 아시아 최고경영자들이 아시아 최고호텔로 서울의 신라호텔을 꼽는데는 주변의 수려한 산의 경관도 참작했을 것이다. 앞으로 아름다운 산뿐만 아니라 한강의 장점도 같이 잘 살린다면 서울은 세계 최고수준의 호텔은 물론 각종 생활시설, 문화시설, 생산시설, 국제관계시설 등을 얼마든지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대를 갖고 서울에 온 중국 부자들 중에는 볼 것이 없어서 실망한다는 이들도 있다. 글로벌경쟁시대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국토의 경쟁력도 세계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상하이인들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는 푸둥개발지구를 보면서 앞으로 서울 추월의 꿈에 부풀어 있는 것 같다. 그곳 호텔 TV에서 나오는 우리 연속극이 인상깊게 느껴졌다. 얼마 전 중국의 어느 대학 경영진들이 서울대를 방문하여, 자기들이 직접 쓴 한국 연구보고서라고 하면서 4권의 책을 건네주었다. 한국을 그만큼 귀중하게 생각하면서 배우고 따라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한강을 세계수준의 다목적용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잘 활용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더 좋은 모델국가가 되고 제2의 한강의 기적도 이룩할 수 있었으면 한다.(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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