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겐 첫 ‘내 집’이에요. 집 없는 설움이 얼마나 큰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그는 올 4월 초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사랑의 집짓기’ 현장에서 지어지고 있는 80채의 주택 중 15동 202호(17평)가 자신의 집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맨 먼저 딸 은지(恩志·7)양의 얼굴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몇 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은지양을 홀로 키우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목욕탕에 데려가려니 여자아이라고 함께 들어가지는 못하게 하고 부엌에서 목욕을 시키려니 찬바람이 몰아쳐 아이는 울어대고….
그 뿐이 아니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100만원에 12만원짜리 사글셋방. 이런 집으로 이사를 자주 하다보니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아 은지양은 걸핏하면 눈물을 흘리고 들어와 이씨의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이씨 자신에게도 내 집 마련은 꿈에서나 가져봤던 희망이었다. 어린 시절을 보낸 보육원을 나이 들어 떠난 후 이씨는 막노동을 하며 지금까지 20∼30군데를 옮겨다니며 살아야 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자신이 해비타트 운동의 수혜자로 결정되고 집짓기 공사가 시작되자 그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젖 먹던 힘까지 쏟아가며 일을 했다.
이씨는 “국내외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집도 아닌데 비지땀을 흘려가며 일하는 데 가슴이 뭉클했다”며 “앞으로 형편이 나아지면 집 없는 사람들이 내 집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아산〓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