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동선언 이모저모]푸틴, 김정일 반갑게 맞아

  • 입력 2001년 8월 5일 18시 38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크렘린궁에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합의사항을 ‘북-러 모스크바 선언’을 통해 발표했다.

단독정상회담은 이날 오전 11시경(한국시간 오후 4시) 크렘린궁 내 ‘젤룐나야 고스틴나야(녹색 응접실)’에서 시작됐다. 두 정상은 악수와 함께 세 번의 포옹으로 만남을 시작했다. 단독 정상회담에는 러시아측에서 세르게이 프리호지코 대통령 외교수석보좌관만 배석했다. 이어 두 정상은 자리를 ‘오르젠 스뱌토이 예카테리노이(성 예카테리나 훈장)홀’로 옮겨 오후 1시까지 확대정상회담을 계속했다. 양국은 이어 오후 1시반경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당신이 이번 여정을 소화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당신의 아버지가 언젠가 하셨던 모든 일을 당신이 현재 모두 재현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베리아횡단철도 개통 100주년을 기념한 첫 번째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된 것이 매우 기쁘다”면서 “우리는 모스크바와 철도가 연결된 지 150년을 맞이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며, 내가 역시 이를 기념하는 첫 번째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만남이 있은 후 1년 동안 두 나라 관계가 우리의 합의사항에 부응해 매우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오늘 우리가 서명하게 될 모스크바 공동선언 역시 지난 1년간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확대정상회담에 들어가면서 ‘모스크바 선언’이 현재 북-러 관계 발전 수준을 명확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선언에 전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철도 운송, 에너지, 금속, 그리고 무기 및 문화가 주된 협력 분야가 되고 있다”면서 “분야별 협상을 통해 이들 분야의 협력 실현 및 발전 방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해 “양국 관계에 새 단계를 여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고 평가하고 자신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두 나라간의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러 확대정상회담에는 러시아측에서 푸틴 대통령 외에 일리야 클레바노프 방위산업담당 부총리 겸 북-러 정부간 위원회 러시아측 위원장, 프리호지코 대통령 외교수석보좌관 , 니콜라이 악쇼넨코 철도장관, 비탈리 아르튜호프 천연자원장관, 아나톨리 크바슈닌 참모총장 등이 배석했다. 북측 배석자는 당초 8명으로 알려졌으나 러시아 방송 화면 분석 결과 김영춘 총참모장, 연형묵 국방위위원, 김국태 노동당 중앙위 비서, 조창덕 내각 부총리, 정하철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 김용삼 철도상, 이광호 과학원장, 박의춘 러시아 주재 대사등 10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김 위원장은 인공위성과 로켓을 제작하는 흐루니체프 센터를 방문 프로톤 로켓과 우주정거장 미르의 모형을 본 후 모스크바 근교의 비행통제센터로에 들러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통제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1차례 더 만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 위원장은 크렘린궁에서 콘서트를 관람한 후 이날 밤(한국시간 6일 새벽) 특별열차편으로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5일 모스필림 거리에 있는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 근처에서 북한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나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범민족진보당 이라는 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10여명의 시위대는 북한의 정치범 석방과 북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피켓과 깃발을 들고 시위를 시작했으나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곧 경찰에 의해 해산되고 6명이 체포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을 곧 석방했다.

<모스크바〓김기현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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